미 시티뱅크의 지주회사인 시티코프사 오노 루딩 부회장은 "외자도입이나
자산매각 협상을 벌일 때 재무상황이 급박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딩 부회장은 17일 전경련 주최 조찬간담회에 참석,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치밀한 계획아래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업은 당장 필요치 않는 사업부터 팔아야 한다"며 "주력사업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고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그의 시각은 "우량기업부터 처분하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는 정부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간담회에서 루딩 부회장은 "한국 기업은 국내외 매출이 크게 줄어 재무
구조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기존 채권은행과의 대화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딩 부회장은 국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부채비율 조기축소 방침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내년까지 2백% 이하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 보다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구조조정
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합병을 통한 계열사 축소와 관련해선 "합병은 목적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고 전제, "재무구조가 약한 두 기업의 합병은 더욱 약한 기업을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루딩 부회장은 "한국경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비관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면 2년후에는 과거의 같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현상태로라면 결국 모라토리엄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
했다.

한편 루딩 부회장은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을 인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시아의 어떤 은행도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내한한 루딩 부회장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세용 현대종합상사 사장 등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난뒤 18일 떠난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