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이발소에 가고 담배꽁초도 아무데나 버렸습니다. 좀더 많이
쉬려고 점심시간도 되기전에 식당에 갔습니다. 한마디로 근로자로서 기본
자세가 안 돼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회사가 망한 것은 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책임이었지요"

쌍용자동차의 생산직 직원 김모씨(34)씨가 새 주인 대우에 써 낸 "반성문"
의 한 대목이다.

김씨는 A4용지 2장을 빽빽히 채운 이 글에서 과거 자신의 해이한 근무태도
를 조목조목 "자아비판"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이같은 반성문은 김씨만이 쓰는 것은 아니다.

쌍용의 1만여 임직원들은 지난 2월9일부터 대우 용인연수원에서 6박7일씩
"대우 패밀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저마다 뼈저린 "참회록"을 작성하고
있다.

"나의 출사표"란 이름의 반성문에는 왜 회사가 남의 손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제는 어떤 각오로 회사 생활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솔한
"회개"가 담겨 있다.

김씨 같은 생산직 사원들이 주로 근무태도를 뉘우치고 있다면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은 방만한 경영을 지적한다.

"좋은 차를 만들었다는 것은 자위에 불과합니다. 개발비가 그토록 많이
들어가서야 경쟁력이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박모 과장).

쌍용자동차 직원들은 이제 회사의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영업사원은
대우자판으로, 연구직은 대우자동차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망한 회사 직원으로서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새 직장에 가서 열심히
할 수 밖에요"(최모 대리)

< 윤성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