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계에 메가머저(거대합병)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이 세계최대금융기관을 만들기로 한지
1주일만에 미국 금융계에 2건의 메가머저(거대합병)가 또다시 터졌다.

뱅크아메리카(BA)와 내이션스뱅크, 뱅크원과 퍼스트시카고뱅크의 이날
합병은 세계금융산업계의 메가머저행 열차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BA와 내이션스의 합병은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합병으로 촉발된 거대합병
의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미국내에서 주단위 차원을 넘어 동남부와 서부지역 최대의 은행이
합병함으로써 미국의 절반을 장악하는 은행이 나왔다(해안대 해안의 합병)는
점도 눈에 띤다.

이로써 미국의 3개 해안지역을 모두 섭렵하는 첫번째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이날 합병으로 미국은행산업의 판도는 다시한번 바뀌게 됐다.

매출기준으로 1,2위인 시티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이 한 단계씩 뒤로
물러나면서 BA-내이션스뱅크합병은행이 미국 최대은행이 된다.

97년 기준으로 매출이 4백53억달러로 현재 1위인 시티은행(3백46억달러)보다
1백억달러이상 많아진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BA는 미국서부지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본사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테에 있는 내이션스뱅크는 미국동남부지역에서
영업중이다.

미국은행중 각각 7,9위인 뱅크원과 퍼스트시카고은행은 합병을 통해
2백33억달러의 미국내 4위 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BA와 내이션스, 뱅크원과 퍼스트시카고은행간의 합병은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합병과는 달리 당국의 승인과정에서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
된다.

이 두 건은 은행들끼리의 짝짓기이다.

따라서 겸업금지를 규정하는 미국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제 이 4개 대형은행들의 합병으로 미국 금융계의 매수합병(M&A) 바람은
한층 격해지게 됐다.

앞으로 가능성이 높은 합병건은 체이스맨해튼은행과 메릴린치증권,
JP모건은행과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은행들의 연이은 거대합병으로 유럽과 아시아금융계의 두려움과 긴장감
은 한층 커지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강한 미국은행들이 기왕에 갖고 있는 노하우에다
규모의 경제까지 겸비함으로써 설자리가 더 좁아지게 됐다는 우려에서였다.

결국 잇달은 대형금융기관의 합병은 이제 세계를 메가머저 태풍의 영향권
으로 몰아넣게 됐다.

그중에서도 단일통화도입을 앞둔 유럽대륙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합병대상으로 유력하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은행들은 물론 프랑스와 네달란드은행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합병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가을쯤 합병할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양대은행 UBS와 SBC간의 합병도
그 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건의 합병은 세계금융산업에서 제3, 제4의 메가머저들이 연이어
터져 나올 것임을 예고하는 대사건이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