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미국과 일본의 공조로 나타난 엔화가치 반등이 얼마나 지속될
지가 국제금융계의 최대 관심사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도 급속히 안정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대세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당분간은 모르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극심한 대조를 보이는 한 달러
강세의 큰 줄기를 꺾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융가는 엔.달러 환율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현지전문가
들의 분석을 통해 짚어 보았다.

아무래도 이번주에 열리는 선진7개국 및 22개국회담 등이 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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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일본 정부의 대형 경기대책과 적극적인 환율 개입에도 불구, 단기적으로는
모르지만 엔약세-달러강세의 물줄기는 바꾸기 어렵다는게 월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경기 대책이 단기적이고 대증적처방에 불과하다는게
그 이유다.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일본의 경기 침체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라는 것.

한마디로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최근 발표한 시한부 세금 감면 등은
항구적 세율인하와 재정확대 등 "수술"이 필요한 중증의 일본 경제에 앰플
주사를 한방 놓는 정도와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4조엔(약 3백5억달러)의 세금 감면이 규모 면에서는 엄청나 보이지만,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외면한 채 한시적 조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슈로더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시플리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발본적인 규제 완화 등 정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라며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경기부양 조치로 일본 경제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증권의 로버트 펠드먼도 같은 의견이다.

"하시모토 총리가 발표한 정책 패키지에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되살릴
만한 어떤 근본적 유인도 들어있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시모토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조치가 과연 제대로 실행될 것이냐 하는
물음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요구에 등을 떠밀려 몇 차례나 "경기
부양책"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하시모토 총리의
발표 내용을 환영한다"면서도 "일본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부양책을 조속히 실시하는 것인 만큼 구체적인 집행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빈 장관은 이런 맥락에서 일본 중앙은행의 외환 시장 개입에 의한 엔화
약세 저지에 대해서도 "약효"를 의심하고 있다.

"외환시장 만큼 한나라의 경제적 펀더멘틀을 정직하게 드러내 보이는 곳도
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경제 정책의 기본을 바꾸지 않은채 인위적인 시장 개입 만으로 환율을
조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이유에서 최근 2년여동안 외환 시장에 대한 "불개입"을
견지해 왔다.

미.일간에 근원적인 정책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개입만으로
달러 강세-엔 약세를 저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주요 언론들은 이런 기조를 바탕에 깔고 "일본
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없는 한 일본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효과는 금세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달러 강세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