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기상이변이라도 왔으면..."

에어컨업계가 올여름 "무더위"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절박한 형편에
놓였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이에따라 업계관계자들은 장기 기상예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상청이 초여름기온은 예년보다 더워질 것같다는 예보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 형편이다"(만도기계 관계자)

이처럼 에어컨업계가 날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올여름을 겨냥한
예약할인판매의 실적이 극히 부진해서다.

연말과 지난 3월 등 두차례 실시된 예약할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지난해초 실시된 예약할판에서 총 47만대가량을 팔았다.

그러나 올해는 28만대 수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업계는 판매부진 현상이 날이 갈 수록 심해진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1차 예약 할인판매는 전년도 판매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0~90%선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특소세 및 교육세부과(소비자가의 14%)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잇점이 있었다.

반면 2차 예약판매 기간중 전년판매수준의 30%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 추산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만도기계 대우전자 등 에어컨
업체들은 예약할인판매를 4월에도 연장해 실시하고 있다.

에어컨은 이러한 판매부진으로 가전시장 "왕좌자리"를 내놓아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에어컨은 지난 94년 "폭염특수"를 누린후 매년 20~30%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때 기상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케 하기도 했다.

이어 96년 1백만대돌파에 이어 지난해 총 1백40만대를 판매, 2조원시장을
형성하면서 TV를 제치고 가전분야 최대 내수품목이 됐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올해에는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정도로 불황이 심화되고 있다.

다가올 여름의 기상이변에 큰 기대를 걸만큼.

<윤진식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