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우샘프턴 출신인 제임스 도슨은 86년전 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의
기관실에서 석탄을 때던 화부였다.

금발에 코밑수염을 길렀던, 당시 23세의 건장한 이 청년은 타이타닉의
침몰과 운명을 같이 했다.

타이타닉 참사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있는 페어뷰 묘지의 그의 무덤 앞엔 "J 도슨 1912년4월15일 사망"이라고
쓰여진 비석만이 쓸쓸히 서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10대소녀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이 무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이름이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 도슨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부다.

이곳을 찾는 젊은 여성들은 묘비 앞에 꽃다발이나 "타이타닉" 영화 티켓
등을 놓고 돌아간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역을 맡았던 잭 도슨은 제임스 도슨과는
전혀 다른 가공의 인물이다.

어떻든 영화 "타이타닉"의 성공으로 조용한 시골지방에 불과하던 핼리팩스
일대에 느닷없는 관광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에서 본 비극을 현실속에서 다시 느껴보고 싶은, 그래서 그 참사의
현장 주변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에 편승해 새로운 관광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핼리팩스에 있는 희생자묘지와 관련박물관 투어는 물론, 타이타닉 침몰
해역을 돌아보는 유람선관광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고객들도 10대에서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북미지역은 물론 일본같이 먼 곳에서도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만나게 된 핼리팩스 시당국은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우선 희생자묘역부터 새로 단장키로 했다.

타이타닉 희생자묘지는 모두 세곳.

소요 비용은 기부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시당국자들은 "핼리팩스가 온통 타이타닉 이야기로 가득찬 한 해가 될 것"
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 밴쿠버=정평국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