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역시 국제금융 전문가에게서
찾아야 한다.

교톈 도유 일본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이 그런 인물중의 한사람이다.

대장성의 재무관(국제담당 차관)을 지낸 그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국제금융문제 전문가이다.

그에게 한국의 상황과 개혁추진 방향에 대한 평가, 아시아위기에서 일본의
역할등을 들었다.

그역시 기본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처방의 방향에 수긍하면서도 지나친
고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었다.

새정부의 개혁정책이 방향을 잘 잡았으면서도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기업도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변신이 필요하지만 개혁과정에서 그간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약력 >>

<>55년 =도쿄대 경제학부졸업, 대장성 근무
<>56년 =미 프린스턴대 유학
<>64년 =국제통화기금 근무
<>86년 =대장성 재무관(차관급)
<>90년 =미 하버드대.프린스턴대 객원교수
<>92년 =도쿄은행 회장
<>95년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
<>96년 =미쓰비시은행 상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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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도쿄 = 김경식 특파원 ]

-한국은 아직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비는 넘겼다고들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들이 개혁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업이 급증하는등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IMF관리후의 한국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IMF는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정 금융면에서 긴축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제구조조정도 강력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IMF는 금융분야에서 문제가 가장 많다고 판단했다.

금융시장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고 금융기관이 부실하며, 금융감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것이다.

그래서 금융부문의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IMF의 처방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재정 금융긴축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이루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구조개혁은 힘이 없을 경우 달성할 수 없다.

IMF도 이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

-한국은 IMF처방을 계기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금리정책이다.

고금리가 경제의 활력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금리가 경제정책으로 유효할 경우도 있다.

불필요한 곳에 거액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는 사례가 그동안 한국에서 발생해 왔다.

그 결과 나라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말았다.

수종에 걸린 경제를 근육질의 경제로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고금리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다.

단기간에 경제를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때 지나친
고금리정책은 문제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금리정책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금리수준이라면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이 쓰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금리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자금의 공급이 호전되면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축이 늘어나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금융기관간의 경쟁도 강화돼야 한다.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자금조달코스트를 낮춰야 한다.

우수한 고객유치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경쟁을 하면 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

이같은 논리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기상황에서 과연 이같은 교과서적인 논리가 그대로 통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한국이 고금리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를 정상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된 직후부터 각종 개혁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바로 경제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의 경제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새정부는 의욕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

개혁작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개혁의 방법이다.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개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들이 빠진채 일방통행식으로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이번 경우만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이전부터도 강력한 감독기능을 행사해 왔다.

물론 감독이 필요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까지
가입했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민간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새정부 개혁의 핵심은 바로 대기업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빅딜(Big Deal)추진,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금지, 사외이사제도입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업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기업들은 여러가지면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다.

계열사들의 경영상황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경우 기업상호간 관계는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이 어떻게 흐르고 있으며, 경영을 누가하고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기업간 동맹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벌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통령은 대기업그룹의 계열회사를 4~5개 정도로 줄이라고 재계에
요구했다.

사실상 해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는데...

"재벌이 한국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돼온것은 사실이다.

재벌이 너무 커지면서 부작용을 일으킨 것도 분명히 맞다.

공과가 공존하고 있다.

경제위기탈출과정에서 재벌이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재벌도 살리면서 경제구조도 개혁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경제개혁의 방법론을 말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당장은 힘들더라도 먼 장래를 보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개혁은 국민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할때 성공할 수 있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개혁의 분위기가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대로 떨어졌다.

환율이 안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한국경제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말았다.

신뢰와 기대가 무너지면서 환율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원화환율은 정상을 회복할 것이다.

한국정부, 경제계, 노동계, 기업등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화환율이 안정되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회복의 증거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가 구조조정기간을 넘긴 다음 다시 옛날과 같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한국이 위기탈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을 비롯한 경제구조개혁이 어느 정도로 빨리 마무리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의 경우 매크로경제부문에서는 문제가 거의 없다.

금융제도등 경제구조를 개선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구조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과정에서는 종전처럼 성장을 할 수 없다.

저성장으로 인한 실업 임금인상부진등을 기업과 노동조합이 받아들여야
한다"

-아시아통화위기와 관련해 일본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상황과 경제운영형태가 한국등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이번 경제위기를 일본인들이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95년부터 진행된 엔화약세가 한국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국제환율이 일본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미국간에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환율정책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엔화환율의 등락에 따라 아시아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그동안
너무 달러화에 의존해 왔다는 얘기도 된다.

아시아나라들도 이제는 환율문제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경제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이 아시아경제안정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데 동감한다.

일본쪽에서도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태국지원에 사실상 주도권을 행사했다.

미국은 태국의 위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IMF총회때는 아시아통화기금(AMF)설립을 제안했었다.

"모럴해저드"를 조장할뿐이라는 미국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이 구상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결국 아시아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쪽에서는 내수확대를 일본정부측에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불안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또다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수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아시아에 대한 최대의 협력이 될 것이다"

-경제위기타개를 위해 한국과 일본간의 협력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이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두나라가 똑같이 겪고 있는 금융문제해결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서로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