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세계공황설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가"

3일 일본엔화 폭락과 더불어 주가와 채권값이 일제히 떨어지자 "일본의
불황이 세계공황을 촉발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국제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다.

일본경제의 상황은 한마디로 중태다.

작년 2.4분기와 4.4분기 성장률이 각각 전분기에 비해 마이너스 2.8%와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금년 1.4분기도 작년말보다 더 나빠져 마이너스 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따라 97회계연도(97년4월~98년3월) 경제성장률(GDP기준)은 2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경기후퇴의 뿌리는 지난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경제의 버블이 깨지면서 주가와 땅값이 폭락했다.

그결과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엄청난 토지를 대출담보로 잡고 있던 일본
금융기관들의 자산이 크게 줄었다.

자산이 감소하자 대출이 줄었고 기업들은 연쇄도산으로 몰렸다.

기업도산은 금융권의 부실대출액을 다시 늘렸고 부실대출이 점점 많아진
금융계는 또다시 대출을 더욱 줄이면서 기존 대출금까지 회수, 기업도산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작년 한햇동안 무너진 기업체수만도 1만6천개로 11년만에 최대였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야마이치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연쇄 파산, 최근 1년간
17개의 대형금융기관들이 도산했다.

이렇게 되자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신용도를 Aaa
"안정"에서 Aaa "부정적"으로 낮춰 일본경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렸다.

일본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데는 정부의 정책실기와 부실한 금융체계
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정책당국인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관리들의 잇단 독직스캔들로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또 정책을 입안하는 자민당 정책위원회도 갖가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제때에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마비와 뿌리깊은 정경유착이 일본경기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경기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작년말에 12조엔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나 약발이 거의
안먹혔다.

최근 규모를 더 늘려 16조엔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업계와 국민들은
이것으로 경제가 회복될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비관적인 전망으로 주가와 땅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금융기관의 도산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른 금융시스템 마비현상이 이어지고 기업의 채권발행도 어려워져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노동시간이 감소, 일반 국민들의
소득이 줄면서 내수경기도 실종상태다.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지금같은 경기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 경기회복의 관건은 일본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동안 여러번 10조엔대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대부분 효과가 거의
없었다.

설사 있다해도 잠시동안의 효과만 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과감히 정리하고 투명한 회계기준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을 개편하면 내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