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급격한 약세가 국제금융시장을 다시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엔화의 급락이 동남아 통화위기를 재연시키는 기폭제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약세는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는데 실패하고 있는데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불황과 일본정부의 재정적자가 엔약세를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따라서 엔화가 6월까지는 1백40엔 전후 수준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차관등 당국자들이 엔화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겠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다.

미국 등에서도 추가적인 엔화평가절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조만간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큰 기조는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바클레이즈은행 도쿄지점의 고지마 외국환영업본부장은 달러당 최저
1백40엔까지는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다 소득세 감세가 소비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적 상황이 사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그는 전망
했다.

스위스 유니온은행 도쿄지점의 사코우 외국환본부장 역시 달러당 1백40엔
까지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환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초저금리 현상도 엔약세에 결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대장성과 일본은행의 당국자들은 엔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당장의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선택의 폭이 지극히 좁다는 얘기다.

산와은행의 다카하시 자금증권외환부장은 인플레를 우려한 미국이 만일
금리를 올릴 경우 미일 금리차는 4%를 넘어선다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게 된다며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동남아형 금융위기가 일본에서도 재연될수 있다는 우려감
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까지도 미국에 대해 거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도 자본의 흐름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본의 순유출이 계속되어왔고 이것이 반영되면서 엔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낙후된 금융 등 일본경제의 내부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번지고 있고 이것이 금리하락과 맞물리며 자본의 도피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통화 당국과 미국, G7 등이 엔화의 급격한 절하를 방어하지 못한다면
이는 동남아 전체에 제2의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최근들어
점차 힘을 받아가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