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가 지루한 겨울잠을 깨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흥행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번주말 개봉될 "강원도의 힘" "남자이야기"에 이어 "투캅스3", "조용한
가족" 등이 4월에 선보일 국산영화다.

저마다 독특한 색깔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강원도의 힘"은 홍상수 감독의 2번째 작품.

유부남 대학강사와 여대생의 사랑이 모티브이지만 "화끈한 불륜"은 없고
영화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어느날 일상을 벗어나 각각 강원도로 떠나는 두사람의 여행이 이 영화의
소재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누가 여행을 했더라도 부딪혔을만한 소소한 만남과 일상적인 대화가 전부다.

너무 평범해서 끔찍한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어느순간 "그래 이게
일상이었지"라고 깨닫게 되는 영화적 재미를 준다.

홍감독은 신인배우의 생경한 연기와 배우의 뒤를 느릿느릿 쫓아가기만 하는
카메라워크로 그의 출세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는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남자이야기"는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뒷골목 깡패가
뒤늦게나마 옛 애인과 아들을 만나 마지막 사랑을 쏟는다는 내용.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안가리던 깡패가 죽음에 직면해서야 가족과 동료를
생각하게 된다는 줄거리로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는 최루성 영화다.

적당한 액션장면도 곁들여졌다.

주연은 터프가이 최민수.

명계남 독고영재 김학철 신현준 박광정 등은 잠깐씩 얼굴을 비추며 영화의
맛을 돋궈주는 "카메오"로 출연한다.

한국형 흥행영화의 대명사 "투캅스" 3편의 주인공은 여형사다.

2편의 신세대 경찰 이형사(김보성)이 이번엔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겁없는 여자후배를 맞아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서울에서만 각각 86만명과 70만명을 동원했던 1, 2편의 여세를 몰아 전국
80개 극장에서 11일 동시개봉된다.

80개극장 동시개봉은 역대 최고기록이다.

메가폰은 흥행사 강우석 감독밑에서 조연출수업을 받은 뒤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등을 연출했던 김상진 감독이 잡았다.

코믹잔혹극이란 타이틀을 단 "조용한 가족"은 25일 영화팬을 찾아간다.

"코르셋"과 "접속"을 만든 명필름의 세번째 작품이다.

산장을 운영하는 순박한 한 가족이 투숙객들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렸다.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등 중견배우의 연기력과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고호경 이윤성 등 신인배우의 패기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되는 영화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