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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앨빈 토플러 <박사> - 양봉진 <편집국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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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이 지역의 금융시스템이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인
    결과라며 이번 외환위기를 글로벌금융시스템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IMF의 해결방식과 관련 각국마다 병세와 증세가 다른 만큼
    그 처방전도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위기로 인한 한국의 실업문제과 관련, 토플러 박사는 실업보험 등
    일시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활동을 활성화시켜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보화수준을 매우 낙후화된 것으로 지적한 토플러 박사는 이
    부분에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과 관심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사 양봉진 부국장이 국민정부출범기념 특별강연(주제 : 한국경제 및
    정보통신산업의 미래)을 위해 새정치국민회의 초정으로 방한한 앨빈 토플러
    박사를 만나 IMF관리체제하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성장전략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

    [ 대담 : 양봉진 편집국부국장대우 ]

    -귀하는 지금까지 6차례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5차례에 걸친 방한 기간중에는 주로 한국의 좋은 면만을 보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간 후 처음으로
    찾았는데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팬의 한명으로 한국경제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 무척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코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를 계기로 삼아 한국경제가 머지않은 장래에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민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근면성 등이 이같은 확신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지 않습니까.

    한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다시금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일부에서는 낙후된 금융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박사께서 보시는 외환위기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우선 아시아전체 금융시스템이 과민반응(Overreaction)을 보인 결과라고
    봅니다.

    일례로 말레시아의 링기트화는 하루 최대 50% 이상 폭락했습니다.

    제조업의 생산성 등 말레이시아의 경제적 펀더멘탈은 거의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고리가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생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죠.

    따라서 이번 아시아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호기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그렇다고 봅니까.

    <>금융시스템이 과민반응을 보인 결과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문제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물론 아시아국가 전체의 문제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
    다만 산업사회로 넘어온 이후에도 한국에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관치금융이
    활개를 쳤습니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부추긴 최대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대기업 위주의 기업정책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죠.

    이는 오히려 기업들의 경쟁력약화를 가져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아시아 경제개발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귀하도 같은 생각인지요.

    <>이는 지나치게 경제적인 면만을 고려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경제발전을 전적으로 경제적인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노동력 등 경제적 요소의 고갈로 아시아가 성장한계에 도달했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아시아는 수치화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원과 두뇌를 갖고
    있습니다.

    -IMF구제금융이후 선진국의 경제논리가 아시아를 지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시아 외환위기를 선진자본의 음모라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학자들이 아시아경제를 우습게 보는 거만한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열린 경제관련 회의에서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아시아인은
    고통을 더 받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식으로 발언을 한 게 기억이 납니다.

    일부 선진국 경제학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아시아적 가치중에도 분명히 서구의 것 보다 훨씬 우월한 것이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존중돼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IMF의 경제위기해결방식이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인도네시아는 위궤양에 걸려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다리가 부러졌으며 한국은 피부습진정도라고 봅니다.

    이렇듯 원인과 증세가 틀린데도 불구하고 처방적은 동일합니다.

    "제3의 물결"에서도 지적했듯이 오늘날 세계경제는 산업시대의 대량생산
    체제를 거쳐 "소비자맞춤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같은 시대변화에 따라 IMF도 "소비자"가 피 요로 하는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봅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산업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한국의 대기업들도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해체 등 신기업정책에 대한 박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신정부들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재벌해체 등 기업정책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앞서도 지적했던 것 처럼 정부가 민간기업에 너무 깊숙히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몰론 재벌기업자체가 시장경제의 산물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선 중앙정부가 키워준 부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 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적으로 키워온 재벌그룹에게 전문업종
    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많이 거느린다는 것이 반드시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일본의 한
    그룹이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은 약 2백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2백개 기업 모두 니치마켓공략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기업정책은 무엇입니까.

    최근 한국의 재벌그룹들이 개혁의 주타깃으로 등장한 것 또한 현실입니다.

    <>주식투자시에도 포트폴리오라는게 있습니다.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분산을 줄이는 대표적 투자기법중 하나 입니다.

    재벌기업들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재벌그룹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재벌들은 우선 핵심사업에 역점을 둘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나머지는 아웃소싱(Outsourcing)을 통해 해결하는 것입니다.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겠습니다.

    주요 원자재인 철강에서 타이어 등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약화만 가져옵니다.

    결론적으로 기업들 스스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염두해둬야 합니다.

    -귀하는 여러차례에 걸쳐 김대중 대통령을 돕고 싶다는 뜻을 전달할 정도로
    신정부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신정부에 해주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방한을 통해 정보통신육성 등 제3의 물결을 헤쳐나가기위한
    새정부의 전략개발과 관련 나의 경험과 지식을 보태고 돌아갈 겁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보니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이 부분에 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의 예에서 보듯 실업 등 사회불안은 경제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됩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업보험 등 일시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살려 고용창출을 극대화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IMF구제금융이 실업보험 등에 쓰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다소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죠.

    사람에게 먹고 사는 문제보 더 중요하게 어디 있습니까.

    -기업들에게도 할 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IMF관리체제에서 조기에 벗어나기위해 기업들은 과연 어떤 경영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는지요.

    <>기업들은 노동집약적 산업경제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부가가치가 높은 이른바 "제3의 물결경제"가 지배할
    것입니다.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영패러다임개발과 능동적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때입니다.

    다행히 한국의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제3의 물결시대에 필수적 요소인 정보와 첨단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터전과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드라이브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칫 미국 등 선진국과 무역분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의 새로운 수출전략이 절실한 때입니다.

    <>수출의 양적 성장은 무역분쟁만 악화시키며 경제발전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통화약세를 틈타 저급상품의 수출을 확대할 경우 산업구조 고도화도
    달성하지 못할 뿐 더러 새로운 무역분쟁의 불씨만 키우게 됩니다.

    이젠 물량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

    "제3의 물결"에 해당하는 첨단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생산제품의 70%가 산업시대의 유물입니다.

    하루빨리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국의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이 부분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주 낙후돼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한 사회의 정보화 수준 척도를 E-메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가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한국은 E-메일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 국민들사이에 정보화마인드가 확산되고 있어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제3의 물결"을 헤쳐나가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여러차례걸쳐 강조했듯이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규모의 파괴시대
    (demassification)"입니다.

    작은 것, 즉 중소기업들의 경쟁력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때입니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가능한 철폐해야 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합니다.

    < 정리 = 김수찬 기자 >

    [[ 약력 ]]

    <>1928년 미국 뉴욕 출생
    <>1949년 뉴욕대 졸업
    <>1957~58년 포천지 부편집장
    <>1959~61년 미국 러셀 문화재단 객원교수
    <>1969년 미 코넬대 교수
    <>주요저서 :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동"외 다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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