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안정을 위해 회원국 전체로 하루
1백24만5천배럴을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산합의에도 불구하고 유가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됐다.

OPEC는 31일 오스트리아 빈 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회원국 전체
산유량(2월기준 2천6백98만7천배럴.이라크제외)의 약 4.5%인 하루
1백24만5천배럴을 감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감산조치는 1일부터 발효돼 올해말까지 유효하다.

이번 긴급 회의는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소집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시장분석가들은 유가회복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싱가포르시장에서 두바이유(현물)는 전날보다 배럴당
20센트가량 떨어진 12달러40센트에 거래가 이뤄졌다.

뉴욕(서부텍사스중질유.WTI)과 런던(브렌트유)시장에서도 5월물 가격이
배럴당 55센트와 63센트가 각각 내린 16.21달러와 14.7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감산규모 자체가 유가를 반등시킬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하루 2백만배럴 이상의 초과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감산규모는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사의 애널리스트 존 소서는 "한마디로 실망이었다"며
전반적인 시장분위기를 대변했다.

한편 런던에 있는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는 최근 보고서(3월)에서
OPEC이 하루 2백만배럴정도 감축한 2천6백만배럴을 생산한다하더라도
유가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분석가들은 또 회원국들이 이를 합의를 엄격히 준수할지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OPEC회원국들은 지난 수년간 쿼터량 위반을 밥먹듯해와 쿼터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릴와누 루크만 OPEC사무총장도 이날 약속이행여부과 관련 "완벽한
시스템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구체적인 확답을 피했다.

이번 OPEC의 감산조치에서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회원국들이 작지만
그나마 한목소를 냈다는데 둘 수 있다.

또한 비OPEC 산유국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세계 석유생산량의 4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OPEC 혼자의 힘만으론
유가속락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산유국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감산에 참여한 비OPEC국은 멕시코 노르웨이 예멘 오만등이며 규모는
27만배럴에 달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