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을 놓고 두갈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포드-기아 3자간 합작설에 대해 그룹 비서실과 삼성자동차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있는게 대표적 사례다.

3자간 합작설의 큰 줄기는 삼성이 포드와 합작해 기아를 인수한다는 것.

여기에는 경영권은 누가 갖든 관계없다는 얘기도 포함된다.

합작설에 대해 그룹쪽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반면 자동차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며 소문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에서 소문을 일부러 흘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삼성그룹 지승림 부사장은 30일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3자간 합작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만약 그런 얘기가 자동차사업 방향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룹은 아무 것도 결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삼성이 자선사업을 하려고
자동차사업을 시작했단 말이냐"며 생각해볼 가치도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자동차 쪽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3자간 합작이 자동차사업의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체적인 한국 자동차산업을 볼 때도 삼성-포드-기아의 합작 방안이
상생하는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삼성자동차 누구와 얘기해도 결론은 비슷하게 나온다.

일부에서는 아예 "삼성이 혼자서 기아를 인수한다면 여론이 좋지 않다"며
"여기에 포드를 끼워 넣어 인수할 경우 분위기를 좋게 끌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까지 전개한다.

"자동차사업을 삼성자동차가 하지 비서실이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룹이야 자동차사업에 대해 "포기냐 아니냐"를
놓고 검토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당연히 "살아남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을
것"이라며 "해당 계열사의 입장도 충분히 생각해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 방향"의 조직론을 강조하는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의 해법을
놓고는 손발이 전혀 안 맞는다는 느낌이다.

< 김정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