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한국HP 한국후지쯔 등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이 국내 시스템통합
(SI)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 국내 SI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외국업체는 그동안의 하드웨어(HW) 공급 일변도에서 탈피, 본사가
확보하고 있는 솔루션을 무기로 컨설팅 시스템구축 교육 등 SI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HW비용을 제외한 순수SI분야에서만 약 9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SI업체의 매출액중 70~80%가 부가가치가 적은 HW판매 대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SI부문 영업실적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한국IBM은 올해 6백여명의 SI인력을 활용,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
이다.

한국HP는 올해 SI사업을 집중 육성, 종합정보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SI분야 매출은 약 6백억원으로 최근 2~3년간 연평균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약 4백억원의 SI매출을 기록했던 한국후지쯔도 제조 유통 금융분야
솔루션을 바탕으로 SI영업을 강화, 올해 매출을 25%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디지탈은 "디지털 본사가 미국내 SI업체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잡지기사를 인용하며 시장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유니시스 한국지멘스 등은 SI사업 확대를 위해 3백억~5백억원
규모의 국내 SI업체를 매입키로 하고 대상을 물색중이다.

본사의 고급SI솔루션을 들여와 국내시장에서 영업하겠다는 취지다.

외국계 업체의 SI시장 공세는 덤핑입찰 등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SI업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기업고객들이 HW공급 업체에 시스템구축을 의뢰하는 "원벤더 솔루션(One
Vendor Solution)"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민간기업 전산시스템구축 시장에서 국내 SI업체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국내 SI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SI사업을 강화
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공공SI시장에서 덤핑입찰로 멍들고 기업시장에서는 외국업체
에 쫓기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 한우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