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을 팝니다"

대형 부동산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세일에 나선다.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해외 큰손들에게라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해외세일의 복덕방역할을 하는 한림컨설팅은 다음달 14일부터
열흘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뉴욕등 3개 도시를 순회하며 교포나 현지
부동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부동산 투자설명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외국인 토지취득자유화조치를 발표한 이후 첫 갖는 행사로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와 재미부동산협회가 후원한다.

한림측은 이번에 국내 대기업들이 매각의뢰한 대형 부동산 40여건을
슬라이드와 비디오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주요 매물은 역삼동 동부건설 사옥, 논현동 한화그룹 사옥 등 주로 대기업
소유 빌딩들.

대부분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연면적 1만평 이상인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 호텔 등 대형 유통시설을 세우기에 알맞은 땅도 많다.

한라그룹이 소유한 강남구 대치동(1천평)과 삼성동(1천6백평)대지 등은
희망판매가격이 7백억~8백억원대에 이르는 맘모스급이다.

한화그룹의 송파구 가락동(3백평), 효성T&C의 강남구 대치동 사옥부지
(4백30평) 등도 입지여건이 괜찮은 우량물건으로 꼽힌다.

이번 설명회는 부동산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설회사들이 "합작선" 등 제휴업체를 찾는 장으로도 활용된다.

동아그룹의 경우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해외자본을 유치, 경기도 용인에
건립할 철골조아파트(솔레시티) 등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8개 단지
공사를 합작으로 추진할 업체를 찾을 생각이기도 하다.

한림측은 이를위해 교민투자자뿐 아니라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 파이낸스사
등 투자 전문기관들에게 국내 부동산시장 환경과 관련법 개정, 세제정비 등
세부적 투자여건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구조조정용 매각대상 부동산을 갖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들도 직접
참가시켜 구체적인 투자상담을 벌일 계획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 투자자들은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보다는
이용을 통한 투자수익에 관심이 많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점에 착안,
높은 가격을 고집하기 보다는 일정 투자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가격에
물건을 내놓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송진흡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