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내 일선 C세무서 법인세과.

오는 31일 법인세 마감을 앞두고 환급신청서가 홍수처럼 접수되고 있다.

작년에 예납한 세금을 돌려받으려는 기업들의 문의 전화도 끊이질 않는다.

"세금을 낼 만큼 이익을 낸 기업이 절반도 안될 겁니다"

회계사와 함께 세무서를 찾은 S전자 K경리부장의 말이다.

일선 세무서장과 법인세 담당자들도 식은 땀이 흐를 정도다.

상부에선 세수전망치를 조속히 달성하라는 성화가 그치지 않지 때문이다.

"법인세 징수는 커녕 작년에 미리 받았던 중간예납및 원천징수분을 돌려
주고 나면 오히려 징수보다 환급이 많을지도 모른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12월말 결산법인들의 올 결산공고 게재건수가 작년보다 30%이상 준 것만
봐도 법인세 납부실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게 S회계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주식회사라면 결산공고를 꼭 해야 한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이 났다면 결산공고를 내지 않아도 된다.

96년말 현재 법인사업자는 총 16만9천5백12개.

이중 절반인 8만5천개이상이 작년 회계장부에 말그대로 빨간글씨(적자)를
쓴 셈이다.

법인세는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내국세의 3대축이다.

소득세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줄고, 부가가치세는 내수침체로 빠지고 있다.

세수를 받치는 세 기둥이 IMF 강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1년 농사의 "소작료"격인 법인세를 못내는 원인은 간단하다.

장사도 안되는 판에 연 20% 가까운 은행이자 내느라고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이익을 내는게 비정상일 정도다.

그렇다고 기업들로부터 고리를 받은 은행들은 수익을 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 신한 주택 신한 장기신용은행 등을 뺀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지난해
주식투자실패와 부실채권급증으로 인해 적자를 봤다.

문제는 적자투성이의 금융기관과 기업 때문에 정부의 세수스케줄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미 받은 세금마저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세수비상은 심각하다.

다음해 낼 세금중 일부를 미리 내는 세금예납제도에 따라 작년에 미리 낸
기업중 상당수가 적자를 낸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 작년 8월 반농사를 보고 받은 중간예납규모를 감안하면
이달말 법인세 신고납부땐 희한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K물산 L사장)

세란의 징조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다간 나라살림이 바닥나는거 아닙니까"

요즘 과천의 경제관료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실업대책기금이다 해서 돈 쓸 데는 지천인데 세수는 빠듯하기 때문이다.

올 추경예산안 73조6천억원의 달성은 꿈같은 얘기다.

작년에 거둔 69조9천억원(국세기준)보다 올해는 10%이상 덜 걷힐 전망이다.

7조원의 세수가 모자라면 국채발행등을 통해 나라살림 밑천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빚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는 셈이다.

<정구학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