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권의 실세총리인 김종필 총리서리가 자신의 활동공간 확보에 본격적
으로 나서고 있다.

김 총리서리는 특히 새정부출범때 김대중대통령과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
에서 자민련쪽이 주로 담당키로한 경제분야를 챙기는데서부터 자신의 롤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김총리서리는 금융감독위 공정거래위 등 총리실산하 11개
기관장 보고를 매달 정례적으로 받기로 했다.

내달 6일에는 전 산하기관장이 첫보고를 하게 된다.

역대 정권에서 공정거래위를 비롯 총무처 법제처 공보처 등은 정부조직법상
총리 산하였지만 사실상 경제부총리의 영향권에 있거나 독립된 부처로
치부돼 왔었다.

김 총리서리는 그러나 자신의 직할기관 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선 셈이다.

산하기관장들은 대통령에 대한 각종 보고에 앞서 ''총리보고''에 더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김 총리서리는 재정경제 과학기술 보건복지 문화 건설교통
해양수산부장관 등 자민련 몫 각료들로부터도 수시로 보고를 받는 등 경제
현안들을 챙길 것이라는 전언이다.

행정총리에 경제총리 이미지까지 보태 명실공히 정치실세임을 과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해석된다.

24일 집무실 우측벽면에 걸려있던 풍경화를 "도가니에 불을 지펴 독을 짓고
있는 노인"의 그림으로 바꾼 것도 김총리서리의 심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이다.

김 총리는 새 그림과 관련, "현재 우리 국민 4천5백만명은 모두 조국이라는
용광로에 불을 때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정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그림의 독짓는 노인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는 것.

그림은 20호짜리로 서양화가 안영씨의 작품이며 총리는 집무실의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 이를 자택에서 가져와 바꿔 걸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난 후 계획했던 김 총리서리의 민생현장 방문
일정도 앞당겨 이르면 내주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