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업체들이 외환위기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외국의 발주기관들이 우리기업의 입찰참가 요건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외국의 발주기관들은 입찰에 참가하는
우리기업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의 보증을 받아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만으로는 안되니 추가보증을 세우라는 것.

하지만 외국은행들은 선뜻 보증을 해주지않으려는 분위기이다.

보증수수료도 크게 올랐다.

공사를 따낸다 해도 남는게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대림엔지니어링이 추진하고 있는 이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림은 이란정부가 발주한 플랜트를 따내기위해 2-3년간 공을 들여왔다.

계약단계 갔으나 예기치않게도 요식행위로 여겨졌던 입찰보증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발주처인 이란정부와 재정을 컨트롤하는 이란중앙은행(뱅크마키지)이
한국수출입은행의 입찰보증(비드본드)으로는 부족하니 외국은행의 보증을
세우라며 계약을 연기한 것.

대림은 현재 이란 현지은행에 현금을 예치하고 보증을 받아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주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선급금을 받기위해선 공사이행보증과 선급금환급보증을 제시해야하는데
이 때도 외국은행의 보증을 요구하고있다는 얘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말 이집트로부터 폴리에틸렌(LLPDE)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공사를 시작하기위해 수출입은행의 공사이행보증과 선급금환급보증을
제시하고 선급금을 신청했으나 발주처에선 이집트 은행의 보증을 요구했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이집트내 은행에서 본드를 발급받기로 하고 설계에
들어갔지만 말로 밝히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 회사관계자는 토로했다.

선급금을 받지못해 아예 자비로 공사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대림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1억6천만달러 규모의
스틸렌모노머 플랜트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림은 발주처인 사다프(SADAF)사와 사우디 중앙은행이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받아주지않아 자체자금으로 플랜트 설계에 착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측의 요구에 맞춰 현지에 진출해있는 외국계 은행과
국내은행을 연결시켜 보증받는 방안을 모색중이나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은행들이 제시하는 보증수수료는 현재 4%선.

IMF이전보다 무려 10배나 뛰었다.

6%를 요구하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도 수출보험공사의 부보(보증료 0.4%정도)를 붙이는 조건이다.

수출보험공사는 1백%가 아닌 90%를 보증해주고 있다.

나머지 10%에 대해서는 해당외국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다른 담보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외국은행의 보증을 받야야한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정부에 국가신인도를 높이거나 국책은행의 안정성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주도록 건의문을 냈다.

그러나 IMF이후 실추된 국가신인도가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해외 플랜트수주에는 상당기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채자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