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 15년째의 S씨는 평균적으로 90타 언저리를 쳤다.

장타는 아니었지만 볼은 대개 곧바로 나갔고 퍼팅도 보통수준은 됐다.

S씨는 어느날 잠자리에 누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가만히 분석해 보니까 골프는 정말 쉬운 게임이다.

파4홀을 예로들면 실수를 두번이나해도 파를 잡을 수 있다.

아이언샷을 미스해서 온그린이 안됐어도 쇼트어프로치를 붙이면 되고
그것도 실수해서 안 붙으면 중거리 퍼트를 넣으면 파를 잡을 수 있다.

또 드라이버샷이 부실했어도 역시 3온째를 홀에 근접시키거나 원퍼팅으로
막으면 파가 된다.

다른 스포츠는 한번의 실수가 바로 스코어로 연결되지만 골프는 실수를
해도 여전히 회복의 기회가 그홀에 존재한다.

골프는 파4홀 네번의 샷중 단한번만 잘쳐도 파가 가능하니 참으로 관대한
게임이다" S씨의 분석에 그누가 이의를 달 것인가.

골프에서의 보기는 티샷이후 "아이언샷 실수 -> 쇼트어프로치 실수 ->
퍼팅 실수"등 순으로 세번의 샷을 연속 미스해야만 나타난다.

보기가 그러하니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는 어떻겠는가.

더블보기이상은 "정말 되는게 하나도 없을때" 탄생한다.

만약 골프가 어려운 게임이라면 파도 당연히 어려워지고 더블보기도
불가피해진다.

어려운만큼 스코어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골프는 "모르면 반드시 틀려야 하는" 시험문제가 아니다.

마음속으로 쉽게 생각되면 실제로도 쉬운 게임이 될수 있는게 골프이다.

S씨의 논리를 기억하는한 골프는 언제나 쉬운게임이다.

그러면 누구나 80대 초반까지는 칠 수 있다.

S씨도 그날이후 스스로 핸디캡을 낮추며 5타는 줄였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