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지난 14일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던 소위 "4강 대사"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4강대사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대사를 말한다.

외교통상부에서는 장.차관에 버금가는 고위 직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업외교관들은 4강 대사를 한번 지내보는걸 평생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과 외교통상부 안팎에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4대 공관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정치권 인사중 아직 적임자를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4강대사 자리에 정치권인사의 발탁을 전제로한 이야기다.

실제로 전직 총리, 현직 국회의원, 심지어 과거에 4강대사를 지낸 사람도
다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인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직업외교관보다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한 국장급 인사는 22일 "주요국 대사를 제대로 하려면 현지 외교가에
상당한 안면이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발탁된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잘 해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공관장 모두가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게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인데 "비중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발로 뛰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4강대사 뿐만 아니다.

신임 박정수장관은 "고참 외교관 퇴진"을 취임일성으로 내세웠다.

그가 정치인 출신인 만큼 다른 공관에도 정치인들이 상당수 기용된다는
소문이 외교통상부내에는 파다하다.

게다가 올해중 20여개 공관이 폐쇄된다니 이래저래 외무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4강대사 자리가 확정돼야 기타 공관장 인사가 이어지고 국.과장급 후속
인사도 그에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첫 "물꼬"가 막혀버리는 바람에 외통부내 인사마저 "올스톱"됐다.

주요 공관장에 대한 인사가 정권획득의 ''논공행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김선태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