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겠다고 22일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날 내놓은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이란 보고서에서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기업은 현대밖에 없다"며 기아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보고서내용을 중심으로 기아인수 의사를
정부에 통보했다"며 "곧 인수추진팀을 구성해 정부 채권단 기아법정관리인
등과 인수조건 등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키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는 현대밖에 없으며 2000년대 한국자동차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대와 기아의 생산능력을 합칠 경우 연산 2백50만대를 넘어 세계
10대 자동차업체로 진입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제품개발 비용을 획기적
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어 기아자동차의 인수조건에 대해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사례
등을 참고해 앞으로 정부 및 채권단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지만 10~20년간
원금상환 유예등의 조건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현대는 기아자동차 인수후 일각에서 논의될 수도 있는
경제력집중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아자동차와 맞먹는 규모의 계열사 및
사업부문을 처분하는 등 구조조정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신정부가
주창해온 "빅딜(업종교환)" 차원에서 기아 인수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현대는 기아 인수방법으로 기아의 증자에 참여, 신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기아인수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