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10일 오전 정부 세종로 청사를 방문, 취임 이후 사실상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가 아닌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연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 이례적인 것은 이날 국무회의 형식이었다.

김대통령은 안건에 대해 가능한한 짧게 보고하되, 경제현안과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토론을 유도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국무회의가 명실상부하게 국정논의의 중심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직접 회의를 주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당초 30분 이내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국무위원들간의
열띤 토론으로 한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예전과 같은 형식적인 회의완 완전히 달라 일부 국무위원들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대통령은 물가 실업 대북식량지원 등에 대해 해당 장관들이 발제를
가급적 간단히 하도록 한뒤 관장업무에 관계없이 경제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벌일 것을 주문했다.

일부 국무위원들이 장황한 발제를 할 땐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토론은 대부분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특히 김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토론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정치는 경색돼 있지만 행정은 제 할일을 해야
한다"며 국무위원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이후 김종필 총리서리가 16일부터 시작되는 각 부처의 대통령업무보고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국무회의는 끝났다.

이날 국무회의는 김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탓에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회의를 토론식으로 진행해
국무위원들이 앞으로는 적당히 얼굴을 내미는 식이어서는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심어 줬다는 전언이기도 하다.

부처업무를 완전히 챙기는 것은 물론 경제현안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둬야 한다는 부담감도 엿보였다.

''준비된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세종로청사 역시 보안문제 때문에 국무회의시간을 전후해 일반 민원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국무위원들도 19층 국무회의실에 10분전에 들어와 착석해야 했으며 금속
탐지기 통과 등 보안검색을 받았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