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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지배시대] (5.끝) '신관치금융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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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대하는 은행 입장은 한결같이 환영일색이다.

    쌍수를 들고 반기는 은행실무자들도 있다.

    신관치금융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이들의 귀엔 들어오지 않는다.

    "단기자금을 끌여다 벌려놓은게 기업아니냐. 이제라도 손을 대야 한다.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한다. 기업들이 너무 방만했다. 가야할 방향을 잡아
    준게 재무약정이다"(김동환 상업은행 상무)

    외국인들의 시각도 호의적인게 많다.

    "단기적으론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 같지 않지만 장기적으론 기업과
    은행이 국제신뢰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SBC워버그증권
    리차드 사무엘슨 지점장)

    그러나 재무약정을 관치금융의 발로라 보고 통렬히 비판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수원대 김동원교수는 "굿하트(Goodhart) 법칙"을 들어 반대논리를 편다.

    이 법칙은 "통화목표가 어떻게 정의되든지간에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시장은
    규제전과 다르게 움직인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량 규제는 실패한다"는게
    주내용.

    김교수는 "(재무약정은)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이를 통해 은행이
    또다시 정부정책의 채널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정은 틀로 묶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도 실제가 그랬다.

    은행은 정부의 기업에 대한 통제기능을 대신해 왔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 기업 저 기업에 자금을 나눠 줬다.

    정치권의 청탁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신심사란 것은 뒷전이었다.

    결과는 기업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은행의 위기를 몰고 왔다.

    사필귀정이었다.

    관치금융의 댓가라면 댓가다.

    정상적인 은행과 기업간의 관계를 상정해 보자.

    은행은 자신의 심사기능을 통해 기업이 신청한 대출의 사업목적이 타당한지
    판단한다.

    과다한 차입으로 대출금이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거절
    하면 된다.

    또 기존 대출금의 회수를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은행들은 이같은 자율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행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도 낙후상태를 면치 못했다.

    시장지향적인 경영마인드를 키울 생각조차 갖지 못했다.

    새정부가 최근 진행한 일련의 금융관련 조치도 이미 도를 넘었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P(기업어음) 만기연장만 해도 그렇다.

    금융기관의 고유한 권리인 자산운용권한을 빼앗는 것에 다름아니다.

    수신금리인하도 예외는 아니다.

    4단계까지 금리자유화를 했으면서도 금리가이드라인을 준다.

    협조융자는 어떤가.

    은행들은 아예 과천의 사인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일부에선 은행의 동반부실화를 우려한다.

    얼마전 여권에서 제기한 은행장교체문제도 마찬가지다.

    은행장을 뽑은 사람들은 가만히 놔둔채 은행장만 코너로 몰면 어떡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장의 부실경영 책임도 있지만 그것은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IMF(국제통화기금)란 특수성이 있긴하다.

    작년말 은행장회의에서 임창열 당시 재경원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논리를 펴선 안된다"라고.

    맞는 말이다.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간다.

    빨리 고쳐야 한다.

    대상도 너무 많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중심의 사고를 버려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든걸 IMF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씨를 뿌려야 한다. 거름도 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마른땅에 묘목을 꼽고 있다"(금융계 모인사).

    "외채위기의 싹은 한국적 금융구조에서 이미 배태됐다. 정부의 통제강화는
    이를 더욱 빠르게 자라날 토양을 제공해 줬다"(홍완표 인제대 경제학과교수).

    재무약정의 시행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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