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지난해말 부도를 낸 산내들(회장 이기덕)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영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으로부터 수주했던 총 1천1백만달러 규모의 필리핀 엑스포공사
대금중 선수금 약 3백만달러를 최근 받으면서 재기의 숨통이 트인 것.

산내들은 이 공사를 따내고도 곧바로 불어닥친 일시적인 자금경색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낸후 지금까지 기초공사만 마치고 일손을 놓은 상태
였다.

부도 직후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이 회사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19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재산보전처분을 받으면서부터.

이후 신용도를 차츰 회복,그동안 원자재 공급을 끊었던 협력업체들이 조업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며 산내들 돕기에 나섰다.

이 소식을 접한 필리핀측에서도 최근 선수금 지급과함께 공사재개를 요청해
와 이 회사는 이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주 실무진을 필리핀 현지로 파견한데 이어 이번주부터 우선 1차분
샌드위치패널과 철골자재를 선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공사에 들어간다.

이번 공사는 오는 5월말 완공 예정.

회사측은 특히 지난해 공사 계약을 달러베이스로 체결, 최근 달러화 강세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사 재개를 계기로 그동안 부분적으로 이뤄지던 경기 이천과 경북
상주공장 가동도 점차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필리핀 공사 시작으로 현재 공장가동률이 지난해 50% 수준까지 올라
왔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말까지 가동률 80% 정도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흥규 건자재.건설사업본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생산이 곧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부도 이후 지금까지 산내들은 사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며 경영정상화
를 위해 노력해 왔다.

샌드위치패널 제조업체인 계열사 산내들인슈를 포함, 전체 직원의 약 40%에
달하는 3백여명을 과감히 정리했다.

인원조정과 함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서는 곧바로 손을 뗐다.

대신 주력사업으로 삼은 것이 정보통신부문.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키보드 제조업체인 키트로닉스사에 지문
인식시스템 5천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그 시제품이 오는 6월이면 완성돼 앞으로 효자노릇을 하며 침체에 빠진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 10월부터는 지문인식시스템의 양산체제가 완전히 갖춰져 해외수출뿐
아니라 국내 컴퓨터키보드사와 도어록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본격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구운소금과 감식초를 비롯한 건강식품사업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 가는 추세를 감안할때 사업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또 산내들인슈도 기존의 EPS 패널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우레탄패널과
글라스울패널부문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전직원들이 밤낮없이 뛰고 있는 만큼
화의개시 결정만 난다면 곧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해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