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계열사들이 정태수 그룹총회장을 상대로 사정재판을 잇따라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보에너지가 6일 정총회장에게 1천6백억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에 사정재판 신청서를 낸데이어 (주)한보도 정총회장이 회사에
입힌 손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 사정신청을 위한 법률적 검토까지 마쳐둔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월 한보철강이 정회장을 상대로 사정재판 신청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데 이은 한보계열사들의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주)한보 관계자는 "법원에서 한보철강.에너지의 신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본 후 신청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보에너지는 이날 낸 신청서에서 "연간 채산액이 8억여원에 불과한
강원 강릉시 옥계면 석회석광산 광업권을 정총회장의 지시로 92년과 95년
두차례에 걸쳐 9백억여원을 주고 샀다"며 "이로인한 금융비용과 취득세만도
2백82억여원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정재판이란 법정관리담당 재판부가 회사파탄에 책임이 있는 구사주를
불러 간단한 심문을 한 뒤 손해액만큼 회사에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재판부의 결정은 구사주의 이의가 없을 경우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