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빅딜"(대기업의 사업맞교환)협상은 으레 철통같은 보안속에
진행된다.

그러나 서구식 빅딜(사업교환을 포함한 인수합병(M&A))협상은 공개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빅딜에는 빅마우스(떠버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업간 M&A를 성사시키려면 협상을 은밀하게 진행하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진행하는게 낫다는 말이다.

M&A협상사실을 공개하면 예상못한 잠재 인수자들이 협상에 끼어 들면서
경쟁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주들은 투명한 협상과정을 통해 M&A계약에 경영자간 밀약이
개입되지 않도록 감독하기도 쉽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미국 통신업체 월드컴과
MCI가 대표적인 사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MCI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뒤 잠재 인수희망자자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수제시가도 2백10억달러(BT), 2백80억달러(미 GTE),
3백억달러(월드컴)로 높아졌다.

결국 MCI는 월드컴을 파트너로 선택한 뒤 추가협상을 벌여 인수가를
3백70억달러로 높였다.

미 철도업체 CSX와 노폭서던이 콘레일을 절반씩 쪼개 인수한 사건도
비슷하다.

콘레일은 당초 CSX를 파트너로 선택, 합병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노폭서던이 뒤늦게 더 좋은 카드를 제시, 인수경쟁에 나섰다.

데이비드 르반 콘레일 회장은 CSX로부터 2년뒤 합병사의 회장자리를
승계한다는 개인적 보장을 얻어냈기 때문에 재협상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주주들이 노폭서던쪽으로 기울자 하는 수 없이 재협상을 벌여
인수가를 높인 뒤 분할 매각키로 결정했다.

올들어서는 영국 전력업체 이스턴 일렉트리시티사가 미국의 텍사스유틸리티
및 퍼시픽코프 등과 70억달러규모의 합병협상을 공개리에 진행중이다.

독일보험사 알리안츠와 프랑스AGF간의 공개 합병 협상도 이달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M&A전문가들은 공개협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런던 증시처럼 공시규정을
두는 방안을 권고한다.

런던증권거래소(LSE)규정에 따르면 합병소문이 나면서 기업의 주가변동폭이
갑자기 커졌을 때 그 소문이 사실일 경우 해당기업은 사실을 공개하라는 것.

관련기업들은 협상사실이 공개돼 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고 나아가
M&A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