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열기를 지속, 2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금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0여일간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이상 상승한만큼 결코 만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외국인들이 계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도우위양상을
보이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더욱
힘차게 뻗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겁이나서 더이상 주식을 팔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동안 매도에 치중했던
한 펀드매니저의 얘기이다.

이같은 활황분위기에 뭍혀 별다른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지난주
검찰과 증권감독원은 두건의 주가조작 사건을 발표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람중에는 정재섭이라는 사람이 있다.

정씨는 몇년전 자산주 열풍에 불을 붙였던 장본인이다.

기업소유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큰돈을 번
정씨는 당시 만호제강 한종목으로 10억원 가량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의 경우에도 10개월만에 27억원이라는 거금을 챙겼다는 것이다.

남보다 한발앞서 미래의 유망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주식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성공비결이다.

이런 점에서는 정씨도 앞서가는 투자자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만호제강의 경우까지는 이같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문제는 남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호재성 재료를 먼저
주목하기 시작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이 아닌 점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검찰발표대로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얘기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면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어디까지가 새로운 종목발굴이고 어디부터가 허위사실 유포 혹은
주가조작 행위인가 하는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증시주변에는 기관투자가들도 들먹여지는 이같은 주가조작 의혹설이
수시로 떠돈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가상승세가 이어지고 외국인의
주식매입과 M&A가 새로운 재료로 부각되면서 이같은 불공정행위 루머역시
더욱 확산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활황장세에 편승, 재미를 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있는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생각에만 집착, 단기적인 장세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좋은 종목을 찾겠다고 시장에 떠도는 호재성 재료만 뒤쫓아
다닐 경우 막차를 타거나 남좋은 일만 해줄 수도 있다.

주가상승추세가 두드러질수록 이같은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증권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