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각국 자동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 설비를 확장, 2000년대초 세계
자동차 시장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공급 과잉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미
회계법인인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가 1일 전망했다.

이 회사의 자동차산업 컨설팅 자회사인 오토팩트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이 13% 증가, 오는 2002년에는 7천9백3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세계 공급과잉 규모는 지난해의 1천8백50만대에서 2002년에는
2천30만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규모가 이처럼 크게 불어날 경우 미국의
빅3와 일본 자동차회사들을 비롯한 각국 업체간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
궁극적으로는 관련 업계에 <>공장 폐쇄 <>정리 해고 <>대규모 도산 등의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 모건 스탠리 증권회사가 최근 내놓은
한 보고서에서 수년내에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총 1백5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상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무한 출혈 경쟁의 피해자가 누가 될 지는 속단할 수
없으나 고비용 업체가 우선적인 희생양이 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며
"최근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가공할 정도로 생산 설비를 확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고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컨설팅 회사인 멀리스 오토모티브 인터내셔널사는 한 보고서
에서 "자동차 공급능력이 확장되는 만큼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세계
자동차 시장의 공급 대비 수요비율은 95년의 82.7%에서 오는 2000년에는
81.7%로 소폭 낮아지는데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비율이 80~90%대를 유지할 경우 수급이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토팩트의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의 경우 최근 삼성그룹의 가세 등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극도로 심화, 오는 2002년 가동률이 67.2%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