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형식은 내용을 규제하는가 보다.

요즘 아시아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남녀프로들은 예년과 다르게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상위권에 오르는 한국선수들 숫자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는데서
드러난다.

종전엔 한두명의 분전만으로 대회자체가 알려졌으나 요즘엔 강욱순이나
최경주등 간판프로들외에도 커트오프통과선수가 크게 늘고 있다.

또 비록 소규모투어이기는 하지만 정일미가 98아시아서키트상금왕에
오른것과 이번 호주매스터즈에서의 여자선수들의 분전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이같은 "선수들의 자세변화"는 분명 IMF에 기인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생존해야만 한다는 공통적인식이 선수들의 플레이자체를
조이고 있는 셈.

정준같은 프로는 "어차피 국제적으로 뛰어야한다는 당위성이 생긴 만큼
올해는 미국투어 Q스쿨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잘 치려하면 더 안되는 게 골프"라고 보통 얘기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최대한 열심히, 최대한 정성껏 친다"는 마음이
있어야 골프가 조여진다.

"동반자가 상당히 어려운 사람"인 경우 조심조심 골프를 칠때 아마추어들
스코어가 좋아지는 것도 같은 논리이다.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가 한번 나오면 이내 플레이 흐름이 "되는대로"
변하는 아마골프.

만약 당신이 그와 같다면 "이 한타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프로들 입장을
생각할만하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나 예상외의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법.

우리들 주말골프도 실은 그같은 "IMF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