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고전작가"로 불리는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김창석역 전7편11권 국일미디어)가 완역됐다.

프루스트가 38세에 첫장을 쓰기 시작해 51세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13년동안
매달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부유한 가정의 아들.

감수성이 풍부한 그는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계에 출입하며 여러 계층
사람들을 사귀고 사랑도 나눈다.

어느날 인생의 모든 것에 절망한 그가 모임에 나가기 위해 홍차에 과자를
적셔 먹다가 무의식속의 옛일이 환기되면서 예술가로서의 길을 자각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도처에서 한계에 부딪치고 수레바퀴 자국마다
미끄러지고 갈림길마다 길을 잃는" 한 사내의 성숙과정을 보여준다.

코르크를 바른 방에 틀어박혀 실어증에 시달리던 그가 1백년 전에 던진
삶의 화두는 현대인들에게 또다른 "시간"과 "기억"의 풍화작용을 일으킨다.

시인겸 불문학자인 김창석씨의 번역으로 85년 정음사에서 출간(7권)된 뒤
절판됐다가 현대어휘로 다듬어져 다시 빛을 보게 됐다.

IMF복병을 만나 종이와 필름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제작비만 2억원이나
들었다는 후문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