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은 통과될 것인가.

반대당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야당과 "반란표"를 유도해 통과시키려는
여당은 이번 주말에 치열한 표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야당은 27일 오후부터 비상체제에 돌입, 표단속에 나서고 있고 여권은
한표라도 더 확보하기위해 물밑접촉과 여론몰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여권>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한나라당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받아들인 이상
이제 남은 것은 야당의원들을 1대1로 접촉해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양당은 JP에 우호적인 이한동 대표와 김종호 박세직 의원 등 중진의원들을
통해 초선의원그룹의 조직적인 반발세를 누그러뜨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 등 여권핵심
지도부는 주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협조를
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개별적으로 야당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별도로 양당총무단은 여당의원 1명에 야당의원 1명이상을 배치시켜
1대1 설득작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인준동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 수는 2백94명으로 와병중인 한나라당 최형우 조중연 의원을
제외한 2백92명 모두 출석한다고 가정할 때 1백46명이 찬성해야 인준안이
가결된다.

국민회의(78명)와 자민련(43명)이 국민신당(8명)과 무소속(4명) 의원들을
모두 끌어들이는 것으로 가정할 때 출석하는 1백59명의 한나라당 의원중
13명만 이탈하면 인준안은 통과된다는 얘기다.

여당쪽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면 한나라당에서 30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무소속, 국민신당은 물론 국민회의에서도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며 국민회의측에 표단속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민련은 이와함께 친JP인사로 분류되는 야당의원들이 당내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지역여론까지 동원해
소신있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허귀식.김태완 기자>

<야권>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과 조순 총재간 영수회담직후 지도부와 의원연석
간담회를 열어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을 "적법하게" 부결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이 자리에서 "JP총리"거부 당론을 재확인한뒤 여론의 곱지않은
시각을 감안해 국회본회의 불참전략을 수정, 국회법 테두리내에서 표결로
당론을 관철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특히 김대통령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달라는 주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대통령이 국회의 인준방식에까지 간여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김대통령이 조총재와의 회동에 앞서 국민신당 이만섭 총재 등을 만난
자리에서 "JP총리"의 국회인준이 안될 경우 총리서리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도 한나라당을 자극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표대결로 부결처리한다는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것도 "독선"에는
맞불작전을 펼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번주말까지는 국회본회의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때까지 김총리지명자에게 스스로 사퇴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되 김총리
지명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내주초엔 국회에 들어가 표로써 심판하겠
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총리임명동의안 부결전략으로는 일단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되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백지로 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지않고 명패만 넣어 무효처리토록해 부결시키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 두가지 방안 모두 국회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게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일부 중진들은 회의에서 소속의원들의 결속의지만 확인된다면 무기명
비밀투표에 들어가더라도 부결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위험부담이
적지않다는 반론에 밀려 "소수의견"에 그쳤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