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했는데도 국무총리 인준이 무산됨으로써 사상
초유의 국정공백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새 정부조직법이 공포되지 않아 전직 장.차관들이 여전히 법적으로 유효한
"현직"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결제를 할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새정부측이 우선 차관만을 발령해 집무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장관이 없는 와중에 일이 제대로 진행될리는 만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부처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싯점이어서
과천청사 등의 직원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새정부출범과 함께 한은법등 10여개의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인
재정경제원은 국정공백으로 인해 금융개혁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비단 법령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업무도 결재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예를 들어 재경부의 ''금융정책국장''에 누가 임명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경원의 현직 ''금융총괄심의관''이나 은행.보험심의관 이 금융현안을
다룰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26일에는 종합금융사 추가폐쇄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새정부에서
처리해야할 후속조치를 정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더군다나 장관이 바뀌는 즉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자칫하면 타이밍을 놓칠수도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상청등으로 옮겨갈 공무원들은 더욱 황당한 처지.

완전히 새로운 조직편제를 해야할 상황에서 입주할 건물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회공전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할 경우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예산실 관계자는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국정
마비에 따른 책임소재는 반드시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흥분하기도.

<>.정리해고와 실업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노동부도 새 장관에게 보고할
서류만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채 답답해 하는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실직자들이 쏟아지는 판에 이대로 머뭇거리다간 늑장대응
이라는 비난을 받을게 뻔하다고 하소연이다.

외교통상부도 마찬가지.

통상현안별로 해외쪽 파트너들이 협상창구를 알려 달라고 타전해 오는
마당에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이는 대외신인도회복에 결코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