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발전"이라는 그의
경제정책이 구석구석 배어 있다.

그동안 대기업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중소기업
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어느쪽에 특혜를 준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김대중대통령과 함께 세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국 지도자들의 경제철학을
비교해 본다.

< 국제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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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학영특파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철저한 시장자본주의 옹호자이다.

월가에서 활동중인 골드만삭스 회장이던 로버트 루빈을 집권 2기의
재무장관직에 스카웃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클린턴대통령은 특히 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집념을 보여왔다.

과거 미국경제의 쇠락이 기업경쟁력의 약화 때문이라는 현실을 인식한
결과였다.

그는 이를위해 국제적으로 강한 달러를 유지하면서 국내적으로는 규제완화
와 정부개입 축소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또 공공투자의 확대를 지양하고 국민들의 저축증대를 유도해 민간투자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기업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다른 정권과는
다른 점이다.

그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도 눈여겨 볼만한 변화이다.

수출이야말로 성정과 고용이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지난 93년 대통력직을 맡은 직후 "수출을 통한 경제재건"이란 슬로건
을 내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정책이었다.

그는 또 무역정책위원회를 설치해 자국 기업의 수출및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신흥시장과 일본 등이 미국의 강력한 개방압력
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지금 인플레없는 안정적 성장을 누리고 있다.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통한 "강한 미국" 정책이 그 결실을 맺으며 정치적
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가장 부강한 미국을 재건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올해를 구조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 개혁과 창조라는 기치아래 경기부양책
에 주력하는 한편 전후 50년동안 구축된 정치 경제체제를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겠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지난 96년1월12일 취임하면서부터 개혁을 최대과제
로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9월12일 제2기 내각출범기자회견에서도 "새 내각의 첫째 과제는
재정개혁 금융개혁 행정개혁 등 6대과제를 본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말 개혁과제중 첫번째 작품으로 재정구조개혁특별법을 만들어
냈다.

''재정재건 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경기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야당측
의 반발을 뿌리치고 개혁의지를 관철시켰다.

"경제가 어렵다고 개혁을 멈출수 없다. 그나마 체력이 있을때 재정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시스템이 무너진다"는게 그의 논리였다.

하시모토 총리는 ''작은정부''를 목표로 하는 행정개혁도 올초에 성사시켰다.

요즘에는 30조엔의 공적자금투입 등으로 금융불안해소에 힘을 쏟는 등 금융
시스템개혁에 매달리고 있다.

이같은 하시모토 총리의 개혁드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후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개혁다운 개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개혁이라는 중장기과제에만 매달리다가 결국 경기부양
이라는 단기과제를 포기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실책으로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하시모토 총리가
초지일관 개혁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김영근특파원]

"개혁과 개방"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철학을 가장 잘 집약한 말이다.

지난 93년 국가주석직에 오른 장주석은 덩샤오핑(등소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승계, 발전시키기 위해 개혁.개방을 끊임없이 주창해 왔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장주석의 경제철학은
더욱 구체화된다.

전대는 중국 정치.경제정책의 장기비전을 제시하는 자리.

장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식 민영화"라는 가히 혁명적인 경제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식 민영화의 핵심인 주식제시행은 국유기업의 주식을 노동자들에
매각하는 것.

더 이상 사회주의체제만으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장쩌민식 개혁의
일단을 보여준 셈이다.

이밖에 장주석은 자본주의냄새가 짙게 풍겨나는 상속세도입도 과감히
추진키로 했다.

장주석은 또 개방경제의 신봉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조기가입을 실현하기 위해 장주석은 이미 관세인하
등 종합적인 시장개방정책을 추구해 왔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자도입에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80년대 상하이(상해)시장 시절 외국자본을 끌여들어 상하이를 중국의
금융중심지로 키워낸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덩(등)이론을 받아들이고 개혁의 실행추진력이 강한 주룽지(주용기) 부총리
를 차기총리로 기용한 것도 장주석 자신의 이같은 경제철학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런던=이성구특파원]

"영국에서 더이상 "사용자 대 노동자"의 대립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노동)당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다시 갖게 해주고 그래서 우리 생전에
"성취의 시대"를 맞게 해주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이자 총리취임후
밝힌 정책방향다.

블레어총리의 경제철학인 블레어노믹스의 핵심은 "복지"보다 "시장경제"를
중시하겠다는 것.

고질병인 영국병을 뜯어고친 "대처리즘"를 꼭 빼어닮았다.

골격은 1918년이후 노동당정책의 대명사인 국유화정책의 포기.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도 드라마틱하게 줄였다.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복지국가에의 집착을 없앴다.

이를위해 경쟁원리를 강조하고 부유층 세감면등 우파정책까지 과감히
도입했다.

블레어노믹스의 또다른 포인트는 인력개발과 교육의 강조.

21세기가 정보화, 세계화 시대임을 고려할때 결국 경쟁의 승패는 인력의
질로 판가름 난다는 판단에서다.

블레어노믹스의 철학적 배경은 "이해관계자 경제학(stakeholders economy)".

주주뿐 아니라 경영관리층 종업원 고객 등의 이해를 동시에 고려하는
경제를 뜻한다.

민간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늘리는데만 신경을 쓰는 미국식 "주주
(shareholders) 경제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한
시장경제를 의미한다.

[[[ 세계 지도자들의 경제철학 ]]]

<>.김대중 (한국)

<>경제철학 -대중경제론
<>내용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발전
<>기업관 -대기업 자율성 보장
중소기업 집중지원
철저한 경쟁원리

<>.빌 클린턴 (미국)

<>경제철학 -시장 자본주의
<>내용 -수출을 통한 경제재건
<>기업관 -규제완화
국민저축증대로 투자재원 확보

<>.토니 블레어 (영국)

<>경제철학 -이해관계자 경제학
<>내용 -경영자 종업원 고객의 이해를 동시에 고려하는 공동체 성격의
시장경제
<>기업관 -철저한 경제원리
대기업 감세
노조활동 제한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경제철학 -개혁과 창조
<>내용 -재정 금융 행정 개혁과 경기부양
<>기업관 -규제완화 통한 기업 경영자율성 보장
통상압력으로부터 자국기업 보호

<>.장쩌민 (중국)

<>경제철학 -사회주의 시장경제
<>내용 -사회주의제도의 틀위에 주식제 등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적극
채택
<>기업관 -국유기업 민영화
경영권과 책임 명확히 구분
외국기업 적극유치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