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경제정책관을 한마디로 줄이기는 어렵다.

재임기간중 펼칠 경제정책 청사진이라 할수 있는 취임사도 상당히 포괄적
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경제분야를 망라해 한마디씩 던져 놓고 있다.

굳이 하나의 기둥을 설정하자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경제"라 할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이 두이념은 동전의 양면이고 수레바퀴의
두바퀴와 같다고 강조했다.

한쪽만 받아들여서 성공한 나라는 없다는 실례도 들었다.

일본이나 독일이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시장경제만 받아들였을 때는 좌절
당했지만 뒤에 민주주의를 보완하면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다소 애매하지만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되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수 있다.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운다는 선언인 셈이다"(조윤제
서강대교수).

지금까지 경제를 발전시켜 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룰"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방만하게 경영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에도 관대하게 대해 왔던게 과거의 경험이다.

정경유착의 근원도 여기서 찾고 있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원칙이 정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율과 창의는 최대한 존중하되 책임은 엄정하게 묻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런 뜻의 한단면을 대기업정책의 방향을 통해 내비쳤다.

그는 대기업과 "국민의 정부"가 합의한 5대개혁과제는 반드시 관철될
것이라고 재삼 확인시켰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 상호지급보증 금지, 재무구조 건실화, 핵심기업
설정과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 대주주 책임정립의 다섯가지 사항을 열거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계열사를 줄이고 빚을 갚으라는 그간의 요구를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기업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되 자기개혁 노력은 엄격하게
요구한다는 말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간의 등식"을 보여 주었다.

그가 제시한 5대과제는 "의무"로, 추진방식은 "자율"로 해석된다.

이렇게 보면 대기업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요구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선된 뒤 지금까지 이미 상당부분에서 진척을 시켰지만 앞으로도 금융
산업구조조정 등 모든 경제분야의 제도개혁이 같은 골격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쪽에서 보면 정책적으로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분배 등
성과배분의 형평성을 중시하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는게 김영룡 전남대 교수
의 분석이다.

김대통령은 이 부분을 "바르게 산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땀도 같이 흘리지만 열매도 함께 거두어야 한다는 말로 풀어 주었다.

노.사.정 합의및 금모으기운동처럼 전국민의 고통분담과 참여로써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조기종식시키자는 호소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이 최우선 경제현안으로 물가안정을 적시한 대목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물가안정 없이는 어떤 경제정책도 성공할수 없다는 얘기지만 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이 서민층에게만 가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말이다.

정부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물가만은 잡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시장경제 원리상 가격이 오르게 돼 있지만 여기에선 민주주의가 강조된다.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핏보면 식상한 "중소기업지원"이지만 대기업엔 책임을 묻겠다면서 곧바로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해 무게중심을 형평성 쪽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논리로만 보면 재고돼야할 농어촌부채 경감이 취임사에서 제시된 것만
보더라도 김대통령이 취약계층의 보호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실패로 빚어진 소득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중앙대 정광선교수).

다른 현안들은 교과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첨단산업과 벤쳐기업 육성, 수출촉진, 외국인투자 유치, 문화산업 활성화
등 종래의 지론을 강조했다.

문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는냐에 있다.

한쪽이 강조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사안마다 기준을 달리하면 권한남용이 되기 십상이다.

대상이 기업이건 근로자가 됐건, 일관성과 원칙이 투명해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주문이다.

<최승욱 기자>

[[[ 새정부 경제과제 ]]]

<>.정책목표 : 물가안정
<>과제 -원자재 공급부족해소
-공산품 원가구조 개선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

<>.정책목표 : 외화확보
<>과제 -2백40억달러 만기연장
-80억달러 선진국지원 조기화
-70억달러 국채발행
-직접투자 적극유치
-무역수지흑자 확대

<>.정책목표 : 금융개혁
<>과제 -부실금융기관 조기정리
-통합금융감독기구 출범
-금융기관 M&A유도
-외국금융기관진입 허용

<>.정책목표 : 기업경영 개혁
<>과제 -기업투명성 등 5대합의사항 실천
-자율성 보장

<>.정책목표 : 중소기업 활성화
<>과제 -벤처기업 적극육성
-중소기업 지원

<>.정책목표 : 기타
<>과제 -농어민복지 향상
-쌀자급 확보
-실업대책 확충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