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청와대 안주인이 된 영부인 이희호 여사는 검소함과 적극적인
내조로 그간의 영부인들과는 다른 면모로 IMF시대의 청와대 안살림을
검소하게 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여사의 오랜 이웃이었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주민들에 따르면 이여사는
요즘 웬만한 중산층 주부들도 외면하는 3평규모의 허름한 동네미장원을 10년
가까이 단골로 다녔다고 한다.

또 중산층 주거지인 동교동에서 낡은 오버코트의 헤어진 소매를 감쳐달라며
세탁소에 맡기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여사의 겸손하면서도 적극적 내조도 청와대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동교동시절 세배오는 사람들에게는 국회의원이든 건물관리인이든 차별없이
깍듯이 대해 "이여사를 보고 DJ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이여사의 이같은 풍모는 부유한 의사집안의 딸로 이화여전과 서울대를
거쳐 미국유학까지 다녀왔으면서 민권운동 등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김대통령
과 가시밭길을 동행해온 전력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때문에 청와대의 새 안주인은 과거의 영부인들이 우아하게 단장하고
각종 행사에 보조적으로 참석하는 소극적 역할을 해왔던데서 벗어나 소외된
계층의 복지와 정책감시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