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사의 미래는 일본보다 밝습니다.

대만 등 동남아시아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해 이들 지역을 공략할 수도
있습니다" (이남우 삼성증권이사)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업계에도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의 씨앗은 엄격한 조건이 맞아야 싹을 틔우고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우선 뼈를 깍는 몸집줄이기가 필수적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명예퇴직 등을 통해 1백명을 "감원" 했다.

전체 직원의 20%에 가까운 숫자다.

흑자를 내는 신영증권이 앞장서 감원한 것에 대해 증권업계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고비용 구조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원종석
기획조정실장)는게 신영의 설명이다.

외국인 주문이 외국 증권사로 옮겨 가면서 국제영업부를 축소하고
증시침체로 기업공개가 부진하자 기업금융쪽도 대폭 줄이고 있다.

대우증권은 해외주재원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20%는 기본이고 30%는 선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사무실 축소도 뒤따라야 한다.

ABN암로증권 회장실은 2평에 불과하다.

환은스미스바니증권은 90명이 3백30평을 쓰고 있다.

한 사무실안에 국제영업 국내영업 파생금융상품부가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다.

큰 빌딩의 한층을 임원실로 쓰면서 부서간에 놀리는 공간이 많은 국내
증권사와 대조적이다.

외국 증권사의 지분참여확대나 전략적 제휴도 시급한 과제다.

대유증권은 영국의 리전트퍼시픽그룹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중소형
증권사에서 국제적인 증권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조사팀을 통째로 받아들여 리서치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자체적인 인재육성이 어려울 경우 외부에서 수혈도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삼성은 외국 증권사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특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다.

교보증권은 상품운용을 포기했다.

한진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를 20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리서치업무를 "포기" 하겠다는 뜻이다.

산업증권은 채권부문을 더욱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D증권은 전산업무를 대우증권에 위탁하고 있다.

"연간 50억원이상이 들어가는 전산업무를 소형사들이 계속 유지하기엔
버겁기 때문"(D증권관계자)이다.

"빅뱅"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일본 증권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투신상품을
판매하거나(이마가와증권) 1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오카미증권).

미국에서는 PC통신을 통한 증권거래가 보편화된지 오래다.

넓은 객장을 가진 증권사 지점에 가야만 주식매매를 하는 현체제로는
국제화시대에 외국의 거대증권사와 경쟁할 수 없다.

외국증권사에 넘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를 다시 찾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존망의 기로에 선 국내 증권사들에게 맡겨진 소명이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경영으로 재무장해야만 그 소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