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두가지 빅뉴스로 재계의 시선을 모았다.

첫째는 반도체산업에의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은행주 대량매입이다.

동부는 올해 8백억원을 들여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주식을 증시에서
매집, 이들은행의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동부는 두가지를 통해 반도체 신소재 등 첨단산업에 진출하고 금융부문을
강화하는게 그룹의 장기비전임을 내비쳤다.

보수적 경영으로 소문난 동부가 이같은 승부수를 던진데는 이유가 있었다.

동부는 철강 화학 건설 금융 등을 주축으로 창립 29년만에 자산기준
재계 19위에 오르는 고속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도 고도성장을 지속하려면 고수익의 새로운 주력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동부의 이러한 구상은 IMF체제로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김준기 그룹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최근의 경제대란은 생존을
위협할만큼 격심한 변화를 몰고 왔다"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동부의
경영스타일이 또 한차례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비상경영체제의 핵심은 "자급자족체제의 구축"과 "경영체질의 획기적
개선"이란 두가지로 요약된다.

<>자급자족체제의 구축 =이는 외부 경영여건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도록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돈 빌리기를 싫어하고 수익성이 좋아도 위험한 사업은 피하는 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부는 96년말 현재 부채비율이 2백51%로 30대그룹평균(3백87%)을 크게
웃돌만큼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분간 자금수입은 늘리고 씀씀이는 줄일
예정이다.

현금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경영체질의 개선 =체질개선의 핵심은 계열사 통폐합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동부는 지난 1년간 동부건설과 동부산업, 동부한농과 동부화학,
동부정밀화학과 한농포리머를 합병하는 등 계열사 통폐합을 단행했다.

또 패션의류사업인 매니페디사업을 정리했고 동부제강은 금속가구사업을
중단하는 등 수익성없는 사업에서 철수했다.

올해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수익이 낮은 한계사업에서는 철수하고
불요불급한 부동산도 매각할 계획이다.

동부는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 추가 통.폐합도 검토하고 있으나 사업구조가
제조업과 건설 위주로 단촐하고 보험 증권 투신 등 금융부문은 업무영역제한
이 철폐될 전망이어서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투자의 속도조절 =비상경영체제에 따라 연기되거나 아예 포기되는
신규사업도 나올 전망이다.

당장의 반도체사업 진출건.

동부는 미 IBM과 협력해 99년부터 64메가D램과 2백56메가D램을 생산키로
하고 충북 음성의 30만평 부지에 공장을 착공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나 IMF사태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동부제강이 칼라강판 등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키 위해 짓고 있던
아산만공장의 조기매듭도 과제다.

1조원가량 투자돼 85%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으나 외환위기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작업이 완료되면 새로운 도약기반이 구축될
것"이라며 "반도체 신소재 생명공학 금융 등을 강화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기존의 수주.인가형에서 적극적인 상품판매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