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모여라" "독신자만 오세요"....

PC통신의 최고 인기메뉴로 자리잡은 대화방.

이곳에선 보통 신변잡기식의 소소한 잡담이 오간다.

한번 빠지면 밤을 꼴딱 새우기 예사다.

최근에는 미국기업들도 채팅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물론 수다를 즐기려는 것은 아니다.

PC통신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화방을 새로운 마케팅 창구로
주목하게 된 것.

굴지의 통신서비스 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에 따르면 미국내 컴퓨터
통신인구는 대략 1천만명.

이 "통신족"들은 온라인 접속시간의 25%이상을 대화방에서 머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으로선 1천만 고객이 널린 황금시장인 셈이다.

비용면에서도 매력적이다.

PC통신에 필요한 기초 설비투자만으로 막강한 마케팅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

미국의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최고 경영진부터 채팅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주가 상승 기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메릴린치는
즉각 대화방을 열고 투자자들의 동요진화에 나섰다.

호스트는 존 스테픈 부회장.

대화방이 개설되자마자 동시에 5백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안
섞인 질문을 쏟아부었다.

스테픈 부회장은 이에 일일이 답을 해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2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날 대화내용은 곧바로 파일에 담겨 자료실에
공개됐다.

"사태악화를 막는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프랭크 자마라토 담당이사)는게
자체적인 평가다.

네트워크 전문 메이커인 포 시스템은 채팅을 고객 서비스 방안으로
활용하는 케이스.

이 회사는 제품 하나하나를 주제로 대화방을 열어두고 전문 엔지니어를
24시간 배치해 놨다.

사용자의 제품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언제라도 해결책을 구할 수
있다.

또 수시로 시스템 교육을 실시해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기업사이에 채팅붐이 확산되면서 네티즌의 발길을 붙들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메릴린치를 필두로 각 기업들은 3차원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
흥미만점의 수다방을 꾸미는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채팅은 컨설팅 등 다양한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비즈니스 채팅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