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민간업계가 한국에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조선,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을 견제토록 자국정부에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조선공업협회의 아이카와 겐타로회장(미쓰비시중공업회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대한국 지원금이 한국조선업계의
건조능력 유지에 쓰이는 일이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본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이카와 회장은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세계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한 투자를 강행, 곤경에 빠졌다"며 "따라서 이번 경영위기도 한국
정부의 개입없이 조선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업계의 이같은 입장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업계도 동조, 각각 자국정부에 같은 취지의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독일 조선업계는 대한금융지원을 한국의 조선능력 제한 및
가격인하 포기와 연계시킬 것을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

독일의 경제전문지인 한델스블라트지는 금융위기에 처한 한국 조선업계가
가격인하를 통한 공세적 수출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독일 업계는 독일 경제부에 국제통화기금(IMF)의 대한국지원과 연계,
한국의 조선능력 제한에 관한 협정을 추진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미정부의 IMF에
대한 추가출연과 관련, 한국 반도체업계의 구조개혁을 전제조건으로 달아줄
것을 이달초 미하원에 건의했다.

이 회사는 미하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한국업체들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IMF의 대한금융지원은 이같은 불공정 관행을 연장시켜주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