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신흥 자본주의국인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
형식으로 빌린 돈을 17일 완전히 다 갚았다.

지난 96년 1월말에 IMF의 긴급지원을 받는 처지가 된이후 1년 11개월만에
"IMF 졸업장"을 따낸 것이다.

줄라 호른 헝가리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자랑스럽게 IMF 졸업을 선언했다.

호른 총리는 국회의원들에게 17일을 기해 헝가리국립은행이 IMF 차입금
잔액을 상환한다고 밝히면서 "단순한 외채 상환이 아니라 헝가리의 시장경제
개혁이 성공했다는 증표"라고 강조했다.

헝가리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탈피하기위해 90년들어 본격적으로
시장경제개혁을 시도했으나 극심한 경제혼란이 뒤따랐다.

재정과 무역수지부문에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인플레와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지난 95년에는 경제파탄을 걱정해야될 정도였다.

줄라 호른 총리정부는 타개책으로 96년1월말 IMF에서 긴급자금으로
3억5천만달러를 차입하면서 경제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재정긴축으로 사회복지수당을 삭감하고 공기업의 임금 및 인원을 동결
했으며 심지어 엑스포 개최 계획까지 무기 연기했다.

동시에 국영 기업을 대거 민영화하고 외국자본에 문을 활짝 열었다.

이 결과 헝가리는 IMF에서 빌린 돈 가운데 96년도중에 벌써 절반 정도를
갚았고 나머지 빚 1억6천만달러를 17일자로 청산한 것이다.

작년도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로 94년도(10%)보다 대폭
떨어졌다.

지난 94년께만해도 GDP의 88%에 이르렀던 정부 채무누적액도 현재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의 직접투자 및 합작회사 비중이 앞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아시아의 금융위기같은 갑작스런 외화썰물 현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헝가리 경제의 장점이다.

마크 알렌 IMF헝가리지원단대표는 헝가리의 경우 오히려 투자금 등의
형태로 IMF측에 7천만달러를 맡겨 놓은 채권국이라고 말했다.

이 IMF대표는 헝가리 정부가 비록 구제금융 상환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인플레 문제엔 조심스럽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통화당국은 올해 인플레율 방어 목표를 12~13%로 정했는데 긴축
정책이 쉽게 허물어지면서 물가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라게 IMF측의 전망
이다.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