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는 그를
형편없는 기법이야
라고 비웃지 말아요.
황야에 깃들인 저 검은
숲을 보아요.
쓸쓸한 구석에 저렇게
모닥불을 피워놓고
달군 봉으로 치는
종소리가 아름답지 않소?

그 종소리가
가면들을 벗기고, 벽을
무수히 넘어뜨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소?

시집 "정동진역"에서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