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 투자유치가 끝내
무산됨으로써 경제계는 물론 전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있다.

이와함께 이번 유치실패의 원인은 정부는 물론 정치권 그리고 외국인
투자와관련된 우리사회전반의 인식에 적지않은 교훈을 주는 것으로
경제주체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고있다.

사실 미국 다우코닝의 아시아기지(공장)를 전북 새만금지역에 끌어들였을
경우 IMF위기 돌파구의 하나인 외국인투자의 기폭제가 될수있었다.

이같은 기대에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직접 거들고있고 유종근 경제고문
(전북지사), 한덕수 통산부차관 등이 전면에 나섰지만 말레이시아로
돌아갔다.

이번 유치실패에 대해 통산부는 "경쟁국인 말레이시아가 우리 공장부지값의
3분1에도 못미치는 평당 13만선의 땅값을 제시한데다 실리콘제조용
원자재도입에 관세를 물리지않기로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아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을 고려해야하는 우리로선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언어(영어)소통, 우리에 비해 외국기업에 대한 절대적으로 호의적인
근로자와 소비자 등 말레이시아는 외국인투자유치에 관한한 우리보다
몇수위인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다우코닝이 한국정부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재경원
농림부 등 정부관련부처 공무원들이 보여준 태도나 정부의 외국인투자유치
조직및 행정시스템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다우측은 지난 96년 봄부터 아시아기지(공장)를 위한 입지물색에 나서면서
유종근 전라북도 지사의 적극적인 유치활동과 통산부의 지원의지에
고무됐었다.

그러나 그이후 관련부처 협의과정에서 재경원의 미온적인 태도와 농림부의
공장유치반대 등으로 무려 1년반동안 지지부진했었다.

재경원은 "공장땅값인하 등을 전북도의 요구대로 들어줄 경우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농림부도 "농지조성 사업지에 공장을 세울수없다"고 버텼다.

유독 통산부가 적극성을 띠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섰으나 정부내
조정기능이나 권한이 전혀 없어 속무무책이었다.

이에반해 우리의 경쟁자인 말레이시아는 달랐다.

마하티르 총리가 직접 나설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동안 중앙의 관련부처들과 접촉해온 전북도 관계자는 "솔직히
통산부외에 다른 부처들은 외국인투자유치에 별 관심이 없었고 새만금
공장부건설 등을 놓고선 관할다툼(부처이기주의)을 벌이는 눈치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작년 대통령선거(12월18일)전까지 재경원과 농림부는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자세를 고수, 전라북도는 거의 포기상태였었다.

이런 막판 상황에서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바뀌자 그동안 반대해온 재경원과
농림부가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꿨다.

선거전까지 미적거렸던 유치지원책들이 단숨에 만들어졌지만 이미 다우
본사는 우리 대통령 선거전에 최종 심사에 착수, ''버스 지나가고 손드는 격''
이었다.

전북도와 다우코닝 코리아 실무자들은 "말레이시아의 조건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다우측이 앞으로 투자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이)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고 의심한 것같았다"고 유치실패요인을 두 갈래로 분석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투자유치에 관한 정부조직을 일원화하고 관계
부처간 이견을 조율할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