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잡아라"

최근 보험영업일선에 떨어진 특명이다.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거액의 보험금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이른바 일시납
상품으로 등장한 생명보험사의 슈퍼재테크2를 이용한 영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영업전략의 주 타깃이 바로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구조
조정바람에 밀어나고 있는 고개숙인 퇴직자란 점에서 씁쓰레하지만 그래도
생명보험사의 슈퍼재테크2는 퇴직금재테크의 한 쟝르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손보사들도 이에 뒤질세라 파워플랜2란 이름의 일시납상품을 업계 공동으로
개발, 당국에 인가신청중에 있다.

손보사들은 인가가 떨어지는 대로 이 상품의 판매에 나설 예정이어서
보험사들도 은행 투신등 타금융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퇴직금시장을
둘러싼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생 손보업계의 두 상품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
하다.

예컨데 1억원을 5년만기 슈퍼재테크 2에 예치하면 매달 1백만원(납입보험료
의 1%)의 보험금을 생활비명목으로 지급하고 만기가 되면 1억1천10만원(연
16.5% 기준)을 되돌려 준다.

게다가 이달중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이 고쳐져 보험차익 비과세대상이 현
7년이상 유지계약에서 5년이상으로 확대되면 이자소득에 붙는 22%의 세금도
내지 않게 된다.

보험대신 은행의 월복리 신탁상품에 가입해 매달 이 정도의 생활비를 받기
위해 세전 수령액이 1백28만2천원을 돼야 이자소득세를 빼면 간신히
1백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보험특유의 보장혜택도 받을 수 있다.

사망시에는 적립금액에다 일시납보험료의 10%를, 후유장해시에는 등급에
따라 최고 보험료의 10%까지를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손보사의 파워플랜2에도 교통상해시 임시생활비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비해 보험본연의 기능인 보장부문은 극히 미약,
들러리역할에 불과하는 지적도 없지 않다.

생활비지급이라는 이자수익에 촛점을 맞춘 탓이다.

이들 상품이 사실 정통보험상품이 아니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금융형상품은 일반국민들에게 "보험=저축"이라는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금융권과의 금리경쟁은 야기시키면서 보험사
경영여건을 더 어렵게 만들 소지도 없지 않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보험시장은 타금융권의 돈을 빼앗아 오는게 아니라 스스로 창출하는 것"
이라는 말처럼 퇴직자를 겨냥한 이들 상품의 등장은 수요창출이라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 우려의 시각을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