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아카데미작품상 후보작 2편이 우리 극장가에서 맞붙는다.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2억8천만달러)로 화제를 모은 영화 "타이타닉"
(20세기폭스)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아미스타드"(드림웍스)가
대결작.

"타이타닉"은 3시간14분짜리 대작.

미국에서 97년말 개봉돼 7주연속 1위를 차지하고 호주 홍콩에서도 흥행
1위를 유지해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다.

방대한 스케일과 현장감 넘치는 화면때문에 "세계 영화사상 최고작"으로
평하는 사람도 다수.

"아미스타드"는 1839년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노예들의 선상반란과 그에
관한 재판을 다룬 영화.

인도주의를 내세운 휴먼스토리여서 "쉰들러 리스트"(94년)에 이은
스필버그의 두번째 아카데미 도전작으로 불린다.

두 작품은 올해 골든글로브상 작품.감독.남우주연 부문 후보로 나란히
오른데 이어 아카데미에도 주요후보로 거론돼(발표 10일) 국내
흥행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0회를 맞는 올 아카데미상 작품상은 이 2편과 "LA 컨피덴셜"(감독 커티스
핸슨)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타이타닉"은 1912년 첫항해에 나선지 4일만에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한 영화.

2천2백23명을 실은 길이 2백68미터의 배가 침몰하면서 전개되는 참상과
그속의 인간 모습이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면모를 보이는 가운데
백만장자의 약혼녀와 가난한 화가지망생의 사랑을 교차시켜 흥미를 더했다.

연출자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1.2" "에일리언2" "어비스" "트루
라이즈"의 각본.감독을 맡은 흥행감독.

"로미오와 줄리엣" "토탈 이클립스"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센스&센서빌리티" "쥬드"의 케이트 윈슬렛 주연.

제작사는 실물의 90%크기 모형배를 만들어 촬영했다.

"아미스타드"는 "우정"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역설적이게도 19세기초중반
악명을 떨친 노예수송선의 이름이다.

영화속 흑인노예들은 노예상의 학대에 격분해 살상을 저지른 뒤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받는다.

9명의 대법원재판관중 7명이 노예소유자인 상황에서 이들의 처형은
기정사실로 보이지만 총명한 백인변호사(매튜 매커너히)와 정의감 넘치는
전 대통령 존 아담스(안소니 홉킨스)의 맹활약으로 목숨을 건진다.

"쉰들러 리스트"의 유대인 학살장면을 연상시키는 리얼한 선상잔혹행위
장면, 실감나는 흑인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아미스타드"가 일부의 비난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양심적인 백인이 가엾은 흑인을 구제한다는 구도는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로 느껴진다.

노장 안소니 홉킨스와 흑인배우 자이몬 혼수의 연기가 돋보인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