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차이무가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강거루군"은 캥거루족에
대한 얘기다.

캥거루족은 어미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사회진출을
미루면서 대학이나 가정에 머무는 무리들을 가리킨다.

강거루씨는 대학을 졸업한지 3년이나 지났지만 취직을 못하고 있다.

매번 필기시험에는 붙지만 최종 면접때 실수를 연발한다.

면접관은 애매한 질문으로 거루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고 화가 난 거루는
늘 면접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거루에게도 안식처는 있다.

집의 창고가 바로 그곳.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만의 놀이를 위해 개발한 공간으로 그는
여기에서 어머니의 인형과 대화를 나눈다.

그곳에선 집안 대학시절 시험 등 갖가지 이야기가 격의없이 나오고 거루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연극은 IMF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캥거루족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혼자만의 공간에 파묻혀버리는 거루군의 개인적 습관도 문제지만 그것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창고에서의 독백은 교육 노동시장 정치 군대 등 거대한 사회구조가 그를
자기만의 울타리에 가둬 놓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거루"는 순수우리말로 돛을 달지 않은 작은배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거루가 넓은 바다를 향해 힘찬 출항을 하게끔
사회구성원이 어떻게 해야 할지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민복기 연출.

3월1일까지 오후 4.7시, 월 휴무.

주말 1만원, 평일 6천원.

762-0010.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