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 주가폭락으로 4억여원의 빚을
진 강모(43.여)씨.

그녀는 최근 빚쟁이의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소비자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으나 냉담한 반응만 받고 돌아섰다.

담당직원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들의 구두진술신청 요구를 외면했다.

심지어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오라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항의를 해보았으나 "사건처리경험이 없어 신청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한
실무지식이 없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들었을 뿐이다.

이처럼 소비자파산에 대비한 사법부의 대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기업체의 연쇄부도 정리해고에 따른 실직 등 본격적인
소비자파산시대에 접어들었으나 집행부서인 법원은 팔짱만 낀 채 이를 방관
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고 있다.

특히 민원인이 구두진술을 원할 경우 법원 사무관이나 주사가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도록 한 파산법 관련규정을 지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지법 본원의 경우 올들어 하루 평균 10여명이 파산절차 등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있으며 전화로 신청방법을 묻는 사례도 5~6건에 이르는 등
개인파산과 관련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정리해고에 따른 실직자 <>주식에 투자했다 깡통계좌만
남은 투자자 <>사업을 하는 친인척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부채를 떠안은 직장인 <>살인적인 고금리로 인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사실상 지급불능상태에 빠진 개인들이다.

그러나 법원의 무대책으로 인해 변호인의 도움을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이들은 대개 법원창구를 서성이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구원의 손길을 줘야할 법원이 오히려 "마음의 상처"까지 안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 별도의 상담요원을 두거나 신청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실무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린 미국의 경우 1백여만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했으며 일본도 5만7천여건의 파산신청이 법원에 접수됐다.

과다한 빚을 진 채무자의 경우 소비자 파산을 통해 부채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토록 하는 합리적인 처리방안이 정착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의 경제상황은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하던 개인들도
언제든지 파산에 직면할 수 있을 만큼 절박하다"며 "특히 이들이 범죄를
통해 부채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택하지 않도록 법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