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화제를 모은 "임동창 장사익 이생강의 공감"공연에서
이생강씨가 피리로 들려준 "대니 보이"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

작고 얇은 대나무악기가 색소폰을 능가하는 표현력과 호소력을 뿜어내자
감탄의 소리가 절로 흘러 나왔다.

이어 이씨의 대금과 임동창씨의 피아노가 한바탕 어우러진 시나위는
그때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롭고 놀라운 음악이었다.

대금 피리 소금 퉁소 등 전통 취주악기에 통달한 인간문화재 이생강씨와
국악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컬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

30일 악레이블로 발매되는 앨범 "공감"은 두사람의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공감을 보여준다.

앨범 전반부엔 우리 귀에 익숙한 서양과 한국의 선율이 흐른다.

임씨의 피아노가 베토벤 "운명"의 첫번째 동기를 두드리며 힘차게 문을
열면 이씨의 피리가 "대니보이"로 화답한다.

"어메이징그레이스 아리랑" "올드 랭 사인"에서 이씨가 구사하는 쌍피리
(피리 두개를 묶어 한꺼번에 부는 것)의 다중음은 스코틀랜드악기인
백파이프를 연상시킨다.

전반부에서 한국의 취주악기로 세계각국 음악과의 소통가능성을
넉넉하게 확인시킨 두 사람은 후반부의 전통음악과 즉흥연주에서 공감의
본령을 펼쳐낸다.

백미는 단연 "대금-피아노 시나위".

임씨가 건반과 현의 울림을 통해 만드는 기기묘묘한 장단 위로 이씨의
대금가락이 의연하게 타고 흐르는 13분여의 연주는 두 달인의 격조높고
아름다운 대화다.

전편에 걸쳐 임씨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살아있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의 주제로 "강원풍류"를 이끌고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아리랑"을 맵시있게 결합시킨다.

임씨의 파격을 이씨의 깊이가 감싸안은 모습이다.

두 사람의 "공감"은 어설픈 크로스오버를 뛰어넘어 자유롭고 즐거운
"열린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