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외채협상을 위해 19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한국 대표단은 사태가
여의치 않을 경우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갈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친채
협상에 임하고 있다.

대표단은 21일부터는 뉴욕의 시티은행 본사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열리는
만큼 그전에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끌어내야 한다고 보고 채권단
설득에 나서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서방 채권단들의 다양한 외채협상 방안이 백화제방식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우리측으로서는 그리 불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표단들은 대외적으로는 극히 신중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 사전 정지작업 및 일정 ]

김용환 비대위대표를 단장으로한 우리측 대표단은 19일 도착 즉시 골드만
삭스의 JS코르진 회장,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데릭모안 회장, JP모건의
더글라스 워너 3세회장, 시티은행의 윌리엄 로드스 부회장 등 미국의 주요
채권은행 대표들과 비공식 접촉을 갖고 외채연장 문제에 관한 개별 협상을
벌였다.

대표단은 미국은행들이 제시한 방안들을 비교검토한 후 우리측 복안에
가장 가까운 방안을 21일 채권단 회의에 상정해 각대륙별 채권은행들에
제시하고 토론에 부칠 계획이다.

대표단은 20일에는 워싱턴을 방문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국제통화
기금(IMF) 세계은행(IBRD)수뇌들과 회동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 채권은행단 제시방안 ]

현재 우리나라 외채 연장과 관련된 채권단의 해법은 크게 모건은행안,
시티은행안, 유럽계안 등 세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 모건은행안 =그동안 한국외채 협상을 주도해왔던 JP모건 은행이 제시한
방안은 연초 우리정부에 제시되었던 제1안에서부터 19일 우리측에 제시된
제3안까지 점차 순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내용은 단기외채의 상당부분을 우리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

또 금리 역시 리보에 10%남짓의 금리를 부가한 고금리를 요구해 우리측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모건안은 19일 단기외채 2백50억달러중 90억달러만 채권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정부보증하에 만기연장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있다.

모건안은 우리에게 가장 불리하지만 미국정부가 이 방안을 밀고 있고 모건
은행의 외채 포지션이 가장 많다는 데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 시티은행안 =단기외채를 전액 민간베이스에서 연장하되 금리를 통상
수준에서 상당히 높여 한국의 은행들이 프리미엄을 부담하는 방안이다.

채이스은행 등 미국의 상업은행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 유럽계 방안 =유럽은행들은 한국대표단이 뉴욕에 도착한 19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방안은 단기외채 2백50억달러 전액을 한국정부 또는 한은의 보증으로
5년정도 연장하고 금리는 리보+2~2.5%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첫 2년정도는 고정금리로 하고 이후부터는 점차 높여가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은 우리로서는 가장 유리한 조건이지만 유럽은행들의 발언권이
미국은행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무엇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정부가
이 방안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약점이다.


[ 협상 여건 및 전망 ]

우리측은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맞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들의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고 미국은행들이
결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미국은행들은 한국에 대한 대출금을 현재로서는 전액 대손처리해야할
입장이지만 연장합의가 이루어지고 우리정부의 지급보증이 첨부되면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협상을 조속히 마루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최근들어 주식매입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보이는 등 어느정도는 협상의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에게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협상단의 유종근 교체대표는 "우리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밝히고 "뉴욕협상을 크게 기대해서는 안되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서방 채권단들이 오는 3월말까지는 기존채무의 상환
일자를 모두 연기해놓고 있는 만큼 21일 회의에서 바로 결론을 내야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1,2주, 최악의 경우에는 한달여를 끌더라도 정부 지급보증을
최소화하고 금리도 한자리수로 낮추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용환 대표는 21일 회의장에서 우리측 복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