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엔 어떤 경영모델이 바람직한가.

주주이익을 최우선하는 미국식 경영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식과 일본식을 접목해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아시아적 모델을 찾자는
게 목적이다.

신일본형 경영은 미국기업들의 주주일변도 경영을 지양, 기업의 또다른
주요 이해관계자인 종업원과 고객 이익도 중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는 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이 단기적 업적에 연연해하며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분아래 종업원의 마구잡이 해고 폐단을 막기위한
것이다.

소니의 경영시스템 개편은 신일본식 경영 모델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6월 소니는 이사회를 개혁했다.

사업부문인 컴퍼니의 장과 스탭부문장을 제외, 이사회 멤버수를 38명에서
10명으로 줄이는 한편 이사회에 외부인사 3명을 포함시켰다.

얼핏보면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감독이사와 집행이사가 분리돼있는
미국식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편된 소니의 경영시스템은 몇가지 점에서 미국식과는 다르다.

먼저 이사회 멤버중 사내이사수가 많다.

미국기업은 보통 이사회의 과반수이상이 사외이사다.

소니가 사내이사를 좀 더 많이 이사회에 포함시킨 것은 회사내에서 자란
사람이 회사 사정과 시장 상황을 좀 더 잘 알아 경영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사내이사들이 업무를 집행하는 집행이사역을 겸임하는 등 경영
감시역 이사와 미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한사람인 일본골드만삭스증권 이시하라 히데오 회장은 "이사회
멤버를 특정 사업을 담당하지 않는 부사장급 이상으로 슬림화해 미국과는
달리 회사의 장기전략을 집중 논의할 수 있도록 만는 것이 신경영모델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소니가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한 것은 지난 94년 도입한 사업부제
형식의 컴퍼니제가 사업부간 벽을 두텁게 하고 사원의 창의력을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기 때문.

각각의 사업부가 사실상 독립해 운영되는 컴퍼니제는 각 사업부의 실적을
올리는덴 효과가 있었으나 회사 전체적인 역량을 키우는덴 한계점을
노출시켜 왔다.

가타다 데츠야 경제단체연합회(경단연) 기업지배구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경영의 장점인 합리성과 투명성을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단기적인
이익과 주주편향의 경영을 지양하는 것이 새로운 시스템의 요체"라고 밝혔다.

<강현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