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투자여력이 부족,메모리분야의 일류에서 이류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터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또다시 반덤핑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온다.

게다가 국내 일각에선 "반도체산업이 호황일때 해당 그룹 전체가 흥청망청
하더니 그것 보라"는 등 냉소적인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대표적인 타이밍산업이다.

남들보다 한발앞서 투자하면 큰돈을 벌고 한발늦게 손대면 쓰레기를 양산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IMF체제를 맞아 적기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반도체업체들의
심정은 괴롭기 그지없다.

삼성그룹이 최근 그룹의 다른 투자를 모두 동결해서라도 반도체투자 만큼은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특성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삼성이 올해 반도체부문에 투자할 1조5천억원도 달러베이스로는
작년의 절반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장비국산화가 미흡한 반도체산업은 달러베이스 투자가 갖는 의미가 훨씬
중요하다.

이런 판국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또다시 반덤핑제소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은 그로기상태에 몰린 한국의 반도체업체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도체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일부 국민들의
냉소적인 시각이다.

지금과 같은 난국에 몰아세우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이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기간산업이요, 제조업의 대표주자다.

연간 1백80억달러이상을 수출, 귀중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역군이기도
하다.

좀더 따뜻한 시각으로 반도체인들을 격려해야할 때이다.

김낙훈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